◆…사진 = 김용진 기자
"회계사, 자본주의 파수꾼에서 위상 추락…변화 필요"
최근 회계 관련 입법 공청회나 토론회 등에 참석하면 자주 보게 되는 얼굴이 있다. 젊은 회계사들의 모임인 '청년공인회계사회'를 이끌고 있는 이총희(사진) 회계사다.
그는 청년회의 실질적인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회장'이란 직함을 내걸지 않는 것에 대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설명한다.
젊은 회계사들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표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니 만큼 구성원 한명 한명의 의견을 중시해야한다는 철학이다.
수더분한 외모와는 달리 이 회계사의 간결한 입담 속에는 뼈 있는 충고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미래의 회계산업은 젊은 회계사들에게 달려있고 이 때문에 미래를 결정할 현재의 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의 따끔한 일침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회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11년 겨울. 인터넷 상에서 무너져가는 회계 시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던 젊은 회계사들끼리 실질적인 모임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 회계사는 "페이스북이나 다음카페 등 온라인에서 주로 의견을 표명하고, 3개월에 한번 씩 오프라인 모임을 주선하고 있다"며 "처음 2년은 몇 명이서 비밀결사 수준으로 활동했는데 국회의원들에게 정책자료도 보내고, 언론에도 접촉하다 보니 어느새 유명세를 탔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투명사회를 위한 회계사모임'으로 이름을 정하려다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지금의 이름으로 결정했다"면서 "결국은 우리가 앞으로 회계산업을 이끌어갈 실무자 아니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평소 인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사실 작가를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고려대 재학 당시 교환학생 자격으로 방문한 프랑스에서 삶의 철학이 바뀌었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이 회계사는 "그들은 오늘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미래를 대비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청년회를 만든 것도 지금을 살자는 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앞만 보고 살다보니 미래의 방향타가 될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못 보고 있다는 생각에서 현실 제도의 개혁을 마음에 담게 됐다는 것.
또 회계가 자본주의의 최일선이라고 생각해 CPA에 응시했지만 자본주의의 '파수꾼'에서 위상이 추락한 회계사들의 현실을 목격했고, 이들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최근 10년간 CPA 합격자 수를 과도하게 늘려 회계사의 경쟁력을 격하시킨 금융당국에 대한 쓴 소리도 거침없이 내놨다.
합격생들을 많이 배출해 기업에도 회계사들이 진출하는 구상은 옳지만, 현실적인 배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총희 회계사는 "CPA를 많이 합격시켜놔도 기업에서 뽑지도 않을 뿐더러 대우도 해주지 않는다"면서 "무턱대고 많이 배출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게다가 결산은 재경사 등이 하는 것이고 회계사들은 감사를 하는 인력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애초 청년회를 만들 당시에 내건 슬로건은 '공정감사를 위한 지정제 도입'이었다. 특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여 목적을 달성하면 해산하는 것이 당시의 구상이었던 셈.
다만 최근의 정식 시민단체로 격상하자는 의견도 나오며 최소한 젊은 회계사들의 입장을 꾸준히 대변해줄 영속적인 단체로 나아가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총희 회계사는 "처음엔 카페를 폐쇄적으로 운영해서 가입자가 200명에서 멈췄는데, 나중에 공개로 전환하자 470여명으로 늘어났다"면서 "최근엔 페이스북도 함께 하는데, 그 뒤부터는 보는 사람이 800여명 정도 되니깐 응원해주는 글도 많아 힘이 난다"며 다시 한 번 비지땀을 흘릴 각오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