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말 결산법인 법인세 신고·납부 기한을 연장하자는 주장은 사실 어제 오늘 제기된 것은 아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전부터 업계에서 제기됐던 주장이다. 다만 현실화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현실화를 위한 선결조건인 세법개정 권한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稅收)' 때문이다.
정부는 일정 기간 간격을 두고 세수가 국고에 납입되도록 각종 세목의 신고납부 기간을 설정해 놓았다. 예를 들어 1월 부가가치세 신고, 3월 법인세 신고, 4월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등 일정한 흐름이 이어지도록 하는 식이다.
쉽게 말해 국가의 수입도 직장인들의 월급과 같이 고르게 들어오도록 해 놓은 것이다.
만약 3월 법인세 신고 기한을 조정하거나 이전할 경우 세수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에 법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 종합소득세와 마찬가지로 5월 신고로 조정하거나 종합소득세 신고와 법인세 신고를 맞바꾸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을 동일하게 가져갈 경우 국세청의 행정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크기가 더 큰 세수(법인세)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예산운용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예산의 지출은 그 해 들어온 세금으로 집행된다"며 "만약 기업 등의 요구에 따라 법인세 신고기한을 몇 개월 뒤로 늦추게 된다면 1월부터 4월까지 예산을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감사시즌과 법인세 신고기한이 겹쳐서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은 예전부터 들어온 얘기지만 제도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연구를 좀 해봐야 할 필요성은 느낀다. 단기간에 회계감사와 법인세 신고 등을 병행하는 것에 문제가 많다고 하면 제도개선에 대해 연구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식을 차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자체적인 결산에 근거해 현재와 같이 3월 말까지 법인세를 납부(추계납부)한 후 3개월의 시차를 두고 6월 말까지 확정신고를 통해 차액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세무회계 환경과는 다소 다르지만, 이 같은 미국식의 융통성 있는 제도를 벤치마킹,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인 세수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현재도 대다수 법인들이 3월말 법인세를 신고한 후 대부분의 세금을 '분납(납부세액 2000만원 이하인 경우 1000만원 초과 금액, 납부세액 2000만원 초과 경우 세액의 100분의 50이하 금액 – 일반법인 납부기한 후 1개월 이내, 중소법인 납부기한 후 2개월 이내)'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국가 재정 운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정부는 효율성을 떠나 지난 수 십년 동안 이 같은 체계를 운용해 왔다는 측면에서 갑작스럽게 이를 변경하기도 어렵다는 측면에서 심도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집행기관인 국세청 관계자는 "나라 곳간을 채우는 부분과 기업부담을 줄이는 부분을 같이 두고 검토해야 한다"며 "대부분이 12월말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조정하는 방향에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인세 제도가 생긴 뒤, 수 십년 간 지금처럼 해왔는데 하루아침에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며 "외부용역을 주든지, 자문을 구하든지 해서 충분히 검토하고 제도변경으로 인한 부작용도 자세히 알아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