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제왕적 리더십, '책임총리' 지명 가능할까

현 국무위원 18명 중 11명이 고시 출신, 상명하복 익숙 
집권여당의 '화합형·중진의원' 적합…권한 나누는 게 관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로 박근혜 정부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차기 총리를 포함한 개각 불가피론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홍원 국무총리의 무책임과 무능이 관료 특유의 보신주의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때문에 차기 총리감은 관료보다는 민심을 읽을 줄 아는 '정치인' 출신이 '책임 총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정치인 출신 총리가 인선될지는 당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이다. 고언을 하기보다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관료 출신을 선호하기 때문.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을 살펴보면 총 17부처의 장관들 중 정치인 출신은 진영 전 보건복지부,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조윤선 여성부장관뿐이었다.

□ 제왕적 朴대통령의 한계, '받아쓰기' 장관들 = 박 대통령은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내각'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만큼 관료와 교수, 연구원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거 기용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서남수 교육, 윤병세 외교, 황교안 법무, 유진룡 문화관광,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등은 해당 부처의 차관 또는 국장급 이상을 지낸 고위 공무원들이었다. 류길재 통일, 이동필 농림축산, 방하남 고용노동,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공 교수 또는 연구원 출신이었다.

국무위원 18명중 고시 출신이 정 총리를 포함해 11명이다. 정치인 출신인 진영, 유정복 전 장관과 조윤선 장관조차 사법고시 또는 행정고시를 거쳤다. 전문성을 강조해 각 부처 관료를 압도적으로 임명했지만 권위주의와 상명하복에 익숙해 '받아쓰기 내각'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 "6개월짜리여도 민심수습 위해 정치인 총리" = 박 대통령은 과거 한나라당 대표시절부터 '입바른 소리'를 하는 참모나 의원들과는 거리를 둬왔다. 친박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쓴소리를 하면서부터 사이가 소원해진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제왕적 인사 스타일이 이번 개각에서 얼마나 바뀔지, 상명하복에 익숙한 관료가 아닌 책임을 다할 '강한' 총리를 내세울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전략기획 측 한 관계자는 "책임총리라는 게 그만큼 권한을 준다는 것이고 존재감이 대통령만큼은 아니어도 국민들에게 각인을 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대통령이 얼마나 용인할지는 의문"이라며 박 대통령의 '제왕적' 인사 스타일을 인정했다.

다른 관계자는 "차기 총리는 정치인 출신으로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중진급 의원이어야 한다"며 "단 '6개월 총리'여도 지금 들끓고 있는 민심을 다독일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변해야 산다'…"대규모 개각 안 되면 레임덕" = 문제는 박 대통령의 변화다. 위기를 직감하고 한 발 앞선 쇄신으로 '선거의 여왕'이 됐지만 통치 행위에서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얼마나 분산시킬지가 핵심이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차기 총리에 대해 '화합형', '정치 감각'이 있는 정치인 출신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지금은 개혁을 할 때가 아니라 상황을 추스를 때다. 국민들을 달래고 화합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왕적)스타일을 고수하든 안하든 대통령 판단이지만 고수할 경우 레임덕을 각오해야 한다. 교각 수준의 대규모 개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전에 총리와 장관들 지명해서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치학 박사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민주주의 원리상 집권당 출신의 총리가 되는 게 맞지만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정치인을 총리로 임명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선거를 통해 당선이 됐다는 것은 자신에게만 권력이 위임된 게 아니고 집권여당에게도 권력이 위임된 것인데, 집권여당이 대표하는 게 없다"며 "총리가 이미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빨리 지명을 하고 수습에 나섰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