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실적 독주 굳혀…KB·우리금융 선방
하나, 수익성 악화…농협, 끝모를 추락 충격
5대 금융지주인 KB· 신한· 우리· 하나· 농협금융의 1분기 성적표가 공개되며 탄식이 오가고 있다.
시장의 우려를 넘어서 선방을 펼친 곳도 있지만 이른바 쪽박 실적을 내며 충격을 준 곳이 있기 때문.
지난 15일 농협금융을 마지막으로 1분기 실적이 마무리된 가운데 신한금융이 55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독주체제를 굳히는 분위기다. 타 금융지주와 2배 가까운 실적 간격을 벌이며 이제 시장에서는 연간당기순이익 2조원 달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은 잇따른 악재에도 선방을 펼쳤다는 평이다. 1분기 373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신한의 뒤를 받쳤는데 고객정보유출,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잇따른 악재에도 구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시절부터 지켜온 소매금융 위주의 리딩뱅크의 저력이 막판 뒷심으로 발휘됐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하나금융은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등으로 삐걱거리며 1927억원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우리금융은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씻고 1분기 3228억원의 순이익을 보여줬다.
농협금융은 1분기 '쪽박' 수준의 30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STX그룹 관련 출자전환주식 손상차손 및 대손충당금의 추가적립 등에 따른 비용증가가 실적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신한금융이 가장 독보적인 실적을 기록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이번 실적에서 비은행 부문의 수익이 상당폭 감소했기 때문.
실제 1분기 카드를 비롯한 비은행부문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6.3%로 감소했다. 신한카드가 충당금이 전년동기 대비 5.5% 증가했으며, 신한금융투자는 위탁수수료가 급감과 함께 전년 동기에 발생한 CLN채권 손상차손 환입 228억원이 소멸되며 이익이 감소됐다.
신한생명도 1분기 21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46.0%나 감소한 것이다.
KB금융의 경우 이번 1분기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방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이 낸 3735억원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80억원(9.2%) 감소한 것으로 주계열사인 국민은행도 25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작년동기 대비 376억원(12.7%)이 줄었다.
KB금융의 포트폴리오상 은행비중은 절대적인데 은행의 수익성 지표들이 흔들리는 모습은 불안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순이자 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079억원(6.5%)가 줄었고 수수료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5억원(14.6%)가 감소했다. 연체율도 1.04%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과 비교해 0.27%포인트 상승했다.
더구나 올 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로 타격을 받으며, 신용카드 부문 자산은 3개월만에 7000억원(4.8%)이나 줄어들었다.
우리금융의 반전은 놀랍다. 지난해 4분기 11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우리금융은 1분기 322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이 같은 반전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STX 등 대기업 부실로 인한 대규모 대손충당금 등 일회성요인이 없었기 때문. 실제 지난해 1분기 신용손실에 따른 손상차손을 5530억원에 달했지만 올 1분기는 손상차손이 1160억원에 불과했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이 상승한 것은 영업적인 요인보다는 충당금 부분이 컸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2.04%로 전분기 대비 5bps 하락했는데 예대율 관리차원에서 저수익성 예금 유치를 확대했는데 이것이 부메랑이 돼 수익성을 저하시켰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다소 실망스러운 1927억원의 1분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 KT 자회사 KT ENS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되며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져 연체율과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저신용층 금융지원을 위해 국민행복기금에 650억원을 출자하면서 일회성 손실이 발생한 부분도 반영됐다.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목이 고심거리다.
하나은행은 1분기 2002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272억원이 감소했으며, 외환은행은 전년동기 대비 458억원이 증가한 7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번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장 충격을 준 곳은 농협금융이다.
STX그룹 관련 충당금 부분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시장에서도 하고 있었지만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를 확정지으며, 총자산 290조원에 달하는 공룡지주사로 탄생할 농협금융이 30억원의 분기 순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농협금융의 실적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대손충당금이지만 농협중앙회에 명칭사용료를 내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가세했다.
농협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1분기 중 3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적자를 보여줬는데, STX그룹 관련 출자전환주식 손상차손 1192억원 및 대손충당금 1034억원을 추가적립한 영향이 컸다.
더구나 농협은행은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731억원의 명칭사용료를 농협중앙회에 지급했다. 명칭사용료 부담전 순이익은 204억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