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證 "통신사, 단순 통신트래픽 전달자 역할 넘어설 것"
한국투자증권은 19일 미국의 망 중립성 논란이 당장 국내 통신주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통신주와 그 계열 콘텐츠업체에 대한 재조명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5일(미 현지시간)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더 빠른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내용의 망중립성 정책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망 중립성이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미국 연방통신위의 이번 결정은 망 중립성이 후퇴해 자금력이 더 강한 콘텐트 사업자에게 더 빠른 인터넷 속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사물인터넷 투자까지 확산되면서 망 중립성에 대한 중간점검이 필요해진 것만은 분명하다"며 "업계의 가격 정책에 즉각 영향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FCC의 판결은 모바일 환경이 급속도로 확장됨에 따라 기존 원칙들에 대해 현실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인정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작년 12월 망 중립성 관련 후속조치를 발표한 상태라 당분간 추가 조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다만 망 중립성 논란을 계기로 통신주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는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작년부터 글로벌 인터넷·소프트웨어업종과 통신업종 주가는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상승하다가 올해 2분기부터는 통신 상승, 인터넷·소프트웨어 하락으로 방향이 갈리고 있는데, 이는 ▲망 중립성 판결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글로벌 금리 하락에 따른 배당매력 및 방어적 성격이 부각되고 ▲대규모 인수 합병으로 통신·콘텐츠의 결합 및 과점화 기대감이 형성된 측면이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미국의 AT&T는 위성TV 업체인 DirectTV를 인수할 계획이며 ▲케이블 업체인 컴캐스트는 타임워너케이블과 합병 예정이며 ▲3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스프린트도 4위 업체인 T모바일과 합병을 신청했다는 것. 유럽도 마찬가지로 ▲프랑스 1위 이동통신사 오랑주가 3위 업체인 부이그와 합병승인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박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이 같은 글로벌 통신업계 M&A의 관건은 '감독당국으로부터 독과점으로 인식되느냐' 여부인데, 감독당국은 이 같은 합병이 경쟁 촉진 및 새 서비스 창출로 이어지면 승인한다는 입장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를 인용해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 통신업종에 즉각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겠지만, 망 중립성 논란과 함께 통신업체들이 단순히 트래픽을 실어 나르는 전달자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또 "이는 중기적으로 통신사가 지분을 보유한 콘텐츠 업체들 역시 재조명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