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9일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재난·안전 관련 예산 분류를 체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가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재난 예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집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긴급재난에 처한 우리나라에 대해서 예산을 점검하자고 하는데, 법원 검찰청 등의 예산을 끌어다가 보고하는 것은 무슨 의도냐"며 "특히 재난관리 예산에 대해서는 4월에 자료제출을 요구했었는데, 지금 이 시간까지 자료제출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공식 질의에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편성된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을 총 15조8000억원으로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법원·헌법재판소 1조6000억, 법무부·검찰 3조, 경찰 9조1000억원, 해경 1조2000억원, 소방방재 등 1조원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도 "해양구조에 사용될 수 있는 국가인력과 예산규모를 알아야 할 거 아니냐. (재난 예산)15조8000억원을 가진 나라에서 300명의 어린애들이 죽어가냐"고 비판했다.
심지어 안일한 자료제출 문제를 넘어 '허위보고'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들여다보니 재난관리 예산이 9400여억원이었고, 그 중에서 사회재난 대비 예산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며 "다른 부처도 아닌 예산을 담당하는 부처가 이런 허위 보고를 하냐"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현오석 부총리는 "송구스럽다. 안전예산 범위에 대해서 구역정리가 되어야 한다"며 "안전예산 분류를 찾아보니까, OECD 기준으로 여러 나라가 한다. 그 기준으로 안전예산이 15조8000억원이었다. 재난과 관련된 좀 더 구체적인 구역정리는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에 대한 긴급생계비 등 자금의 지원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기재부가 내놓은 긴급생계비 등의 지원 자금이 최소한 피해가족들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정리할 수 있게끔 6개월 정도 지원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1개월 정도 주고 끊어먹으면 또 다른 제2의 세월호가 터질 수 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지원대책에 따르면 긴급생계비로는 4인가구 기준으로 월 108만원이 지원되고 생활안정자금은 4인가구 기준 253만원이 지급된다.
고교생학자금은 1인당 70만원이 지원된다.
아울러 해양 관련 예산 뿐 아니라 전방위 걸친 안전예산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국민의 안전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매우 중요한 약속"이라며 "해양안전 뿐만 아니라 식품, 범죄, 소방, 산재 등 곳곳에 널려있는 국민안전 전반에 걸친 문제를 예산편성 과정에서 과감하게 개편하는 태도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안일한 재난 예산체계 발표라는 지적에 현 부총리는 "비유를 하자면 국가채무도 여러가지 있듯이 안전예산도 여러가지가 있다. 구체적으로 분류를 해야 한다. 전문가들과 재난예산을 놓고 예비비 예산은 어떻게 다룰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