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에 대한 인상 시도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번 달에만 국회에서 담뱃값 인상을 골자로 한 입법안 2건을 발의했다.
그동안 발표된 담뱃값 인상안은 '국민 건강을 위한 흡연율 저하' 또는 '부족한 지방재원 마련 확보' 등을 주된 취지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안전대책'과 관련한 내용이 담뱃값 인상 논의와 연결되며, 접근법이 달라졌다.
매번 담배 농가와 흡연자들의 반발, 물가 부담론 등의 저항에 부딪혀 2005년 이후 9년간 요지부동인 담뱃값에 어떤 변화가 가해질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 '흐지부지'된 지난해 담뱃값 인상 논란 =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을 1갑당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는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물가수준에 맞춰 담뱃값을 현실화하고, 이를 통해 흡연율을 낮춘다는 논리였다.
여당의 지원도 있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해 3월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각각 82%, 224% 인상해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지방세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진영 전 복건복지부 장관이 담배 농가와 애연가들의 반발, 서민 물가 부담을 이유로 돌연 입장을 바꾸며 담뱃값 인상은 물거품이 됐다. 물가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역시 담배값이 오를 경우 다른 분야로 인플레이션이 전이, 서민 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사가 중단된 김재원 의원의 법안은 아직 국회 안전행정위에 계류 중이지만 지난해 한창 타올랐던 담뱃값 인상 논란은 그렇게 한풀 꺾이고 말았다.
□ '물가연동안' 발의, 담뱃값 인상 '재점화' = 잠잠했던 담뱃값 인상안은 올해 5월 들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27일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담배소비세를 인상해 담배 1갑(20개비)의 가격을 우선 500원 인상하고, 이후에도 물가에 연동해 담배 가격이 오르도록 담배소비세를 매년 자동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담배 20개비당 소비세율을 641원에서 775원으로 인상하고,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매년 물가상승을 반영토록 했다.
개정안이 담뱃값을 일시에 500원 올린 이후에도 물가에 연동해 인상되도록 한 것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담배 소비억제 효과가 일시에 그치는 부작용을 고려한 것으로, 담뱃값을 물가와 연동시켜 점진적으로 인상해 가격에 민감한 청소년 등이 신규 흡연자로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의원에 따르면 담배가격이 500원 인상될 경우 총 세수(중앙+지방)는 연 1조4430억원, 지방재정 자체수입은 연 5593억원 증가한다.
이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외부불경제 재화인 담배의 가격인상(담배소비세 세율인상)으로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교정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며, 지방재정의 자체수입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흡연율 억제를 통해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개정안인 만큼 국회에서의 조속하고 전폭적인 지지 속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소방안전세' 신설, 담뱃값 인상으로 이어질까? = 아울러, 지난 14일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은 담배 과세항목에 '소방안전세'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주요 화재원인물질인 담배를 과세대상으로 소방안전 강화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2500원 짜리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 및 부담금은 총 1549.8원(62%). 구체적으로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7원, 부가가치세 227.27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담배소비세(641원)의 15%인 96.2원을 소방안전세로 내게 되는 것이다.
박 의원이 낸 개정안은 기존 담배소비세를 소방안전세로 떼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담뱃값 인상 법안은 아니다. 박 의원도 담뱃값 인상 법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 될 경우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소방안전세가 담배소비세와 별도로 신설, 실제 담뱃값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다.
인천대 홍기용 교수는 "안 그래도 서민층이 주로 피우는 담배는 역진성 때문에 가격인상에 제동이 걸리는 것인데, 이번 개정안은 서민에게 안전관련 세금을 내게 한다는 측면에서 역진성 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다"며 "지자체가 반발할 경우 담뱃값 인상은 물론 다른 세원에서 지방세를 충당해야 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설 곳 없는 흡연자, '대체품'도 모두 인상 = 이렇듯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일반담배, 즉 '연초'의 담뱃값 인상 논의가 계속되는 동안, 신종담배에 대한 과세방안은 국회를 통과하며 가격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그동안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던 물담배·머금는담배(스누스)에 담배소비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신종담배가 현재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일반담배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추진된 것. 이날 통과된 개정안에는 '물담배'와 '스누스'에 각각 1ｇ당 455원, 232원의 담배소비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반담배(궐련)는 20개비당 641원, 파이프 담배는 1ｇ당 23원,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 1㎖당 400원, 씹는담배는 1ｇ당 26.2원, 가루 형태의 냄새 맡는 담배는 1ｇ당 16.4원의 담배소비세를 매기고 있다. 이로써 거의 모든 종류의 담배에 담배소비세가 붙게된 것이다.
물담배와 스누스는 올해 7월부터 과세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