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침몰 참사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승부수로 꺼내들었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이하 안 전 후보자)가 전관예우, 재산증식 등 각종 의혹의 무게감을 버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후보자 지명에서 사퇴 발표까지 소요된 시간은 6일.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며 지명 닷새만에 후보직에서 물러나며 첫 번째로 인사청문회 전 자진사퇴한 총리 후보자로 기록된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비해 단 하루를 더 버텼을 뿐이다.
안 전 후보자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더이상 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저의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돼준 가족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너무 버겁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안 전 후보자는 지난 22일 세월호 참사로 책임 사퇴 의사를 밝힌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지명됐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대로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오늘 새 국무총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사람들도 적임자가 나타났다며 '책임총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임명 된지 불과 하루 만에 안 전 후보자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5개월간 16억을 벌어들인 사실이 밝혀지며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관피아 척결'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논란의 불씨는 꺼질 줄 몰랐다.
후보자측 한 인사는 "변호사 사무실에 다른 변호사 4명이 함께 활동해 시너지 효과를 낸 측면이 있고, 법조계에서는 대법관을 지낸 분이 사무실을 냈을 때 이 정도 수입 규모에 대해 적정하다고 여기는 편"이라고 했지만 잔뜩 강화된 국민정서법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처럼 많은 수입을 올렸음에도 안 전 후보자는 4억7000만원을 기부한 것이 확인되면서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기부 시점이 총리 지명을 받은 때와 맞물린 것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24일에는 후보자의 동서인 이영수 KMDC 회장이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26일에는 안 전 후보자가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나이스홀딩스의 법인세 취소 소송을 맡아 변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급기야 안 전 후보자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변호사 재임기간 늘어난 재산 11억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논란은 진화되지 않았다.
사퇴 당일인 28일에는 안 전 후보자의 아들이 2010년 1월 입대 후 서울 서초경찰서로 발령받은 지 9개월 만에 경찰청 본청으로 발령받은 것을 두고 특혜 의혹도 일었다.
이밖에도 위장전입, 세금탈루 의혹 등 무수한 의혹들이 제기되며 '국민검사' 칭호를 등에 엎고 국민적 신뢰를 얻어 온 안 전 후보자는 결국 인사청문회장엔 발도 들여놓지 못한 채 쓸쓸히 사퇴를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