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올해 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예상치 못한 불똥을 맞으며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가 추산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9%.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민간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성장률 목표치 미달 가능성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소비위축이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5로 전월과 비교해 3p 하락했다.
CSI는 2003~2013년 장기 평균치를 기준(100)으로 삼아 이보다 수치가 크면 소비자 심리가 낙관적이고,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판단은 76으로 전월에 비해 15p나 급락했고, 향후 경기전망도 전월에 비해 7p 떨어진 94를 기록했다.
현재로서는 '월드컵 특수'도 세월호 사고 여파에 묻혀 힘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도 팽배해 있다. 기업들의 투자 또한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 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은 당초 2013년 대비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세월호 여파로 기업활동이 위축세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나서서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은 아직까지 내놓기 힘든 모습이다.
현장 국세공무원들도 세월호 여파가 하반기 경제회복 추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안한 시각들이 대부분이다.
현장의 목소리, "하반기 경제 장밋빛 아닌 잿빛(?)"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지난 한 달(4월~5월) 동안에 걸쳐 일선 세무서(서울지역) 국세공무원들의(총 50명) 하반기 경제전망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다수의 국세공무원들은 하반기 경제와 관련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올해 하반기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대비) 비슷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8명(36%)으로 집계됐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9명(38%), '매우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명(8%)이었다.
즉 작년 하반기보다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이들이 절반 수준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자는 3명(6%), '약간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자는 6명(12%) 등 경기회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9명(18%)에 그쳤다.
하반기 경제상황을 위협할 불안요인으로는 응답자 중 27명(54%)이 '내수침체'를 꼽았으며, 10명(20%)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선택했다(‘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2명(4%),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2명(4%), '가계부채 심화' 5명(10%) 등을 꼽았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하반기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33명(66%)이 '경제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았으며,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17명(34%)이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한 국세공무원은 "내수가 봄날을 맞아 싹을 틔우려던 시점에 일(세월호 사고)이 벌어졌다"며 "소비심리 위축과 대외활동 억제로 인해 가계 소비지출이 축소되고, 이는 기업활동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야 살아라"…정부 정책 효과도 '의문부호'
현재 안팎의 평가는 세월호 참사 여파가 어렵게 살려놓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소등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상황이다.
정부는 위축된 경제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경기보완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에 7조8000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에 따르면 상반기 재정집행률은 55%에서 57%로 늘어나고, 올해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p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여행과 운송·숙박업체에 15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주겠다는 방침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에 따른 피해우려업종에 지원 대책이 국한돼 있고, 기존융자정책을 늘리는 형태이기 때문에 경제심리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원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으로 인한 경비부양의 효과는 다소 미흡할 것"이라며 "특히 가계부채문제가 걸려있는 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경제가 장기적으로 하향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그는 "국민소득이 2만불 이상으로 왔지만,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노동공급이 늘어날 것 같지 않고, 자본 투입에 의한 성장기여도도 낮아지고 있다"며 "중진국 함정은 아니더라도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한국 대외수출은 선진국과 관련이 깊다. 인도,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성장을 지속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들 국가에서 성장이 둔화가 지속된다면 대외적인 경제환경 측면에서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대내적인 불안요인에 대해 "단기적으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을 들 수 있다"며 "이와 함께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경제 구조개혁을 추진하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장기적인 경제 불안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