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와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등 총 1500억원대의 조세포탈 등의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 법률 상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로 불기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포함한 5명의 피고인들에 대한 첫 공판이 16일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재판장 김종호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전 열린 첫 공판에서는 조세포탈 혐의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측이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검찰측은 이날 기소 요지를 통해 조 회장과 이상운 효성 부회장 등이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임직원 300여명 명의 468개 계좌를 이용해 주식회사 효성에 피해를 입혔다며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140억원을 포탈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996년부터 2010년까지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주식을 사들이고, 2011년 그 중 일부를 매각하면서 537억원의 양도 차익이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배당소득 11억원을 포함 총 110억원의 양도세와 종합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를 밝혔다.
이밖에 2003부터 2008년까지 허위 감가상각 등 회계조작으로 5000억원대의 분식회계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1000억원대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가 있다고 기소 요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약 1500억원대, 이상운 부회장이 약 1347억원대의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법인세 등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현준 (주)효성 사장에 대해서도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효성 중국 현지법인 등 과의 거래를 위장해 698억원을 횡령한 혐의와 조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돈에 대해 약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기소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검찰은 김동곤 전 재무담당 임원에 대해서도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대한 배임 혐의 등으로 조 사장과 같이 기소했다.
노재봉 (주)효성 부사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효성 본사와 조 회장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때 157대의 컴퓨터에 있는 하드디스크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이 사건은 다른 기업들의 분식회계와 조세포탈 사건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검찰측 기소 내용을 반박했다.
조 회장측 변호인은 우선 효성이 IMF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인 효성물산을 정리하지 않고 떠안은 것은 금융당국이 부실회사 정리를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만약 부실채권 등을 공표했다면 대출 중단과 대출금 회수 등으로 도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인 효성물산을 우량 기업인 동양나일론과 동양폴리에스터 등에 합병해 효성 그룹으로 탄생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효성이 합병으로 떠안게 된 효성물산의 부실을 공개 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당시 이헌재 금융위원장이 '부채비율 200%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고 밝혔듯이, 기업들에 압박을 가했던 현실 때문에 공개하지 못하고 부득이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이런 부실기업의 합병으로 당시 다른 기업들에 공적 자금이 들어간 것과 달리 효성에는 공적 자금이 들어가지 않아 피해자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해서도 성립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검찰측 주장을 반박했다.
단순한 세금 미납은 조세포탈로 다룰 수 없다고 전제하고 조세포탈의 성립 조건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경우 최근 대법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적극적인 은닉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조 회장의 경우 품의서나 세금계산서 등 증빙을 조작한 적이 없어 세무조사시 적발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적극적 행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조 회장은 이미 2400억원이 넘는 본세와 가산세를 모두 납부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들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카프론 주식은 회사에서 관리한 것이지 조 회장 개인 소유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세청에서도 회사 소유라고 판단해 효성에 법인세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국내 차명계좌를 이용해 조세를 포탈한 부분에 대해서도 차명계좌 보유는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부득한 조처였으며 당시 국내의 다른 기업들도 관행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한 만큼 정상을 참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효성 홍콩법인과 중국 현지법인간 거래를 통한 기술료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의 기소 내용과 달리 모두 진정한 계약을 통한 진정 거래였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트러스트 펀드와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기소와 다른 의견을 밝히면서 앞으로 증인심문 등을 통해 입증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