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의 초라한 성적표가 공개됐다.
지난해 공공기관들의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 'D학점' 이하의 낙제 점수를 기록한 공공기관들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예년(2012년)에 비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성과가 더 저조하다는 것이다.
우수한 경영실적을 보여 A등급을 받았던 기관들은 도리어 낙제점을 받았다.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경영평가는 117개 기관(공기업 30개, 준정부기관 87개)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우선 117개 공공기관 평가결과 19개(16.2%)기관이 D등급(미흡)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2012년 평가결과보다 D등급 이하 공공기관은 10개나 늘었다. 최하등급인 'E학점'을 받은 공공기관도 11개(9.4%)로, 같은 기간에 비교해 4개 늘었다.
더욱이 우수기관(2012년, A등급)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던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이번 평가에서 최하등급(E등급)을 기록하며 낙제기관으로 꼽혔다.
특히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경우 세월호에 대한 선박검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음에도 불법 증축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하등급을 받았다.
여기에 한국철도공사는 최장기 철도파업 발생 등 경영효율 부문에서 낮은 득점을 기록해 E등급을 받았으며, 복리후생 과다기관으로 꼽힌 한국거래소(D→E)의 경영평가 등급도 한 단계 하락했다.
문제는 우수기관으로 평가받은 기관은 도리어 줄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시행 전에 수행한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라지만, 비정상적 행태가 관행화 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정상화 궤도로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우수한 경영실적은 보여 A등급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단 두 곳뿐이다. 지난 2012년 16개(14.4%) 기관이 A등급을 받는 것과 비교해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낙제기관에서 보통이상의 평가를 받은 기관도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E→B), 한국광물자원공사(E→C), 한국석유공사(E→C) 등 3곳이다.
한편 '울산항만공사',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두 곳의 기관장은 해임 건의 조치가 내려졌다. 울산항만공사는 안전관리 노력 미흡이라는 이유였으며,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2년 연속 D등급을 받는 등 부진한 경영실적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낙제기관으로 평가받은 기관의 수장들은 모두 해임 대상이다.
한국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거래소, 한국철도공사 등 E등급을 받은 14개 기관이 (기관장)해임건의 대상이나, 이 중 12개 기관의 경우 기관장 임명기간이 6개월 미만이어서 해임 건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들 기관장에게는 경고조치가 내려졌다.
이 밖에 D등급 이하 기관의 경우 경영평가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반면 C등급 이상을 받은 87개 기관에 대해서는 등급에 상응하는 성과급이 지급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와 방만 경영이라는 비정상적 행태가 관행화 되어 있던 기간의 경영실적 평가가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는 이어 "이번 평가에서 성과가 부진했다 하더라도 국민의 공공기관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지난해 말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수립했고, 지금은 모든 공공기관이 이를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