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현행 부동산 규제를 '한 겨울에 여름옷을 입은 격'이라고 표현하면서 관련 제도개선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규제변경에 반대해오던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검토의지를 표명하며 입장을 바꿨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아 향후 경제팀 수장들의 행보가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금융위가 금감원의 제재 권한 일부를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두 기관 간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신용평가회사들의 징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기업과의 '뒷거래'를 통해 신용등급을 조정했다는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사전통보받았다.
□ 부동산 규제완화, 말은 쉽지만… = LTV와 DTI 규제를 놓고 경제 부처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란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를 뜻한다.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 두 비율이 높을수록 주택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난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규제 완화를 시사한 발언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17일 "알렉산더 대왕이 해결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매듭을 풀 혜안을 찾아보겠다"며 협력의 뜻을 내비쳤다.
다소 완고한 입장을 보였던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19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DTI, LTV가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실무 지원을 할 게 있는지 검토하겠다"며 "2기 경제팀이 출범하면 모든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가 "주택정책으로 LTV, DTI를 쓰기 보단 은행의 건전성, 가계부채 차원 금융정책의 툴(tool)이라고 본다"던 입장과 대비되는 발언이다.
한편, 정부가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할 경우 시장에서의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LTV 규제는 금융당국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규제가 완화될 경우 사실상 국민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얘기인데, 이는 곧 가계부채 문제로 이어지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 감독체계 개편도 안 끝났는데…금융위, 금감원 일부권한 회수 = 금융위가 금융회사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제재 권한 중 일부를 가져오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 금융위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의 규정변경을 예고했다. 금감원의 금융사 관련 검사 계획과 결과를 미리 보고받고, 금융지주사 회장 등에 대한 중징계 사전통지 권한을 금융위로 옮겨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금감원 검사정보를 활용해 금융행정 및 감독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 관련 제재처분의 절차적 정당성 및 제재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
반면 권한 일부를 빼앗길 상황에 놓인 금감원 측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어 당분간 양 기관 간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측에선 제도 및 행정에 관한 권한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금감원의 제재권을 가져가고 싶었을 것"이라며 "검사와 제재 권한이 두 기관에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 '등급평가 부적절'…3대 신평사 징계 직면 = 부실한 내부통제 정황이 적발된 국내 3대 신용평가사(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들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게 될 전망이다.
신평사가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면서 결과와 관련된 사항을 일부 기업들에 사전통보해줬기 때문.
따라서 신평사들이 평가 대상 기업과 신용등급을 미리 조율하는, 이른바 '등급 장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같은 사전통보는 위법에 해당한다"며 "결과가 나온 뒤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이의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등급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최종평가위원회에서 결정되기 전까지는 알려줘선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 3개사가 보유한 시장 점유율이 99.9%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모든 신평사들이 제재를 받는 셈이어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음성거래가 뿌리 뽑히게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해당 안건은 다음 달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회부돼 징계 내용이 확정되며, 각 신평사들은 그 이전까지 각자의 소명을 제기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