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버티기'에 난감했던 與, 분위기 반전 모색
'문창극 사태'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문 총리 후보자의 조부인 문남규 선생이 일제 식민지 당시 독립군으로 추정된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하면서 숨죽였던 여권이 다시 '문창극 청문회'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문남규 선생께서는 독립활동으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받은 독립유공자인데, 정작 그 후손임을 내세우는 문 후보자는 친일파로 왜곡되어 알려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문 후보자는 친일, 반민족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거듭 호소하고 있다"며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의혹을 소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직자 검증은 법과 제도에 따른 공적인 무대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제도가 있다"며 "청문회 시작도 전에 일부 정치세력, 일부 언론에 의해 사실이 왜곡되면서 마녀사냥식의 주홍글씨가 씌워지고 있다"고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부당함을 주장했다.
또한, 박 대변인은 "정치권이 앞장서서 청문회 절차를 도외시하고 여론을 몰아가는 자세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닐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라는 법이 정한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이를 통해 국민이 냉철하게 후보자를 판단할 기회는 반드시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여권이 문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어 '자진사퇴'로 가닥을 잡았지만 문 후보자가 '버티기'를 고수하자 난감한 상황에 놓였던 차에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문회 강행 의지라는 해석에 대해 박 대변인은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청문회를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문 후보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이든, 기자회견을 통해서든 충분히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 압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와중에 추정일 뿐인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내용을 비중있게 다루며 '소명 기회'를 강조하는 것은 여론의 추이를 살펴본 후 청문회 카드를 다시 내미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가 문 후보자의 국무총리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추정이 새로운 변수로 국면 전환에 작용할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