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근무 정신질환·수형자 등 부적응자 16.8% 달해
정신질환·수형자 후순위제 폐지후 5년새 12.5%p 급증
성폭행·절도 등 3년간 연평균 111.3건 범죄 저질러
복무 중 부적응으로 소집해제 인원 연간 100여명 달해
지난 3월 서울 강남지역 주택가에서 20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됐다. 금품을 빼앗으려던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인 이모(21)씨가 반항하던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둔기로 내려친 것이다. 경찰에 체포된 이씨는 현역병으로 복무하다가 정신 질환을 이유로 모 구청 주민자치센터에 사회복무요원으로 재배치돼 근무 중이었다.
지난 21일 최전방에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동부전선 경계초소(GOP) 근무 중 총기를 난사해 14명의 사상자를 내고 총기를 휴대한 채 도주한 임모 병장은 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관심사병으로 확인됐다.
병무청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정신병 등을 이유로 현역 복무 중 부적격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인원은 1500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사회복무요원으로 재배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 범죄를 저질러 형사 처벌받은 인원은 매년 110여명에 달한다. 복무 부적격 병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병무청의 ‘사회복무요원 복무 현황 및 부적합 처리자 현황’ 자료를 보면 사회복무요원 10명 중 1.7명은 과거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수감됐던 경력이 있거나,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감옥에 수감된 경력이 있는 사회복무요원은 지난달 말 현재 5788명이다. 현역병으로 징집된 후 군 복무 중 정신질환 등으로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재배치된 인원도 1437명이나 된다.
사회복무요원 중 정신질환·수형자·현역 복무 부적합자 인원 비중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09년 3.9%에서 지난해 16.4%로 5년간 12.5%포인트 급증했다. 2010년 정신질환자나 수형자가 4년 동안 군 복무 소집이 되지 않으면 면제 처분하던 후순위 소집제도가 폐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회복무요원이 저지른 범죄 건수도 지난 3년간 한해 평균 111.3건으로 후순위제 폐지 전인 2009년~2010년 평균 77건에 비해 44.5%(34.3건)나 늘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책임지고 관리할 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 문제다. 사회복무요원은 담당 공무원의 관리를 받거나 한 시설에 5명 이상 근무할 경우 대표자를 정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군부대 수준의 통제나 관리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병무청은 지난해 11월 수형자 면제 방안을 발표했다가 군 복무 형평성 논란에 부딪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들은 각 공공기관의 공무원이나 시설 직원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군에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집중 상담을 받게 하는 방안 이외에 획기적인 개선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고육책으로 2011년부터 복무가 어려운 사회복무요원들을 대상으로 소집 해제 신청을 받고 있다. 첫해 48명에 불과했던 소집 해제자는 지난해 104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5월 말 현재 71명이 소집 해제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최광현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징병제를 택한 만큼 병역 면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 병무청이 복무 부적합자를 걸러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동시에 정신병력을 숨기는 문화까지 겹쳐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