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체제, 건전성·수익성도 담보 못 해
김기식 "연말까지 법 개정 작업 추진"
KB금융의 전산시스템 교체 사건 등으로 금융지주사에 대한 불신 기조가 생겨난 가운데, 전문가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과 전국금융산업 노동조합은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금융지주회사체제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금융지주회사란 지분보유를 통해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과 같은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소유하고 경영하는 회사를 뜻한다. 지난 2000년 관련제도가 도입 된 이후로 금융지주사는 국내 은행의 89.2%, 금융투자업계의 67.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이후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자회사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이는 임직원 겸직과 정보공유를 통한 연계영업, 세제상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연 연구위원은 "하지만 수익성의 전반적인 하락과 시너지 창출효과 미흡, 은행으로의 편중성 등의 평가가 가능하다"며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아직까지 은행지주회사의 수익창출 여력의 90%는 은행업종에 기대고 있는 상황.
더구나 지난 2011년 3.07%였던 영업이익 대비 대손상각비 비율이 지난해 5.52%까지 상승하면서 지주사체제가 건전성 및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주사 회장이 지시권과 경영권한을 가지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시스템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금융지주사들은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숨어왔었다. 지주사는 투명하고 규제가 잘되는 회사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수많은 특혜 속에서 움직이는 독립체였고, 권한에 비해 책임이 없는 곳이다"고 비판했다.
KB금융의 전산시스템 문제도 의사결정권한을 은행지주회사법에서 명확히 지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것이 그의 시각.
이에 전 교수는 "금융지주회사 및 그 임원이 자회사 관리를 해태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손해를 끼친 경우 연대책임을 지도록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동걸 동국대 교수도 재벌기업들의 문제점을 답습하는 금융지주사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했다.
이 교수는 "예컨대 은행장을 10년 해서 주위에서 자꾸 나가라고 하니 지주사 회장 자리를 만들어 10년을 더 하고, 그 뒤에는 재단을 만들어서 이사장을 맡는 식으로 영구집권을 꾀하는 것"이라며 "이는 재벌기업들이 취해온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주회사를 지주회사답게 만들고,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경영권을 가지고 합리적인 조직 운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지주사체제를 갑작스레 변경하는 것은 예기치 않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재용 금융감독원 금융지주회사감독팀장은 "과거형태로 돌아가는 것은 건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본다"며 "은행입장에서는 자회사 부실이 생길 경우 그 것이 은행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영채 금융위원회 금융제도팀장은 최근의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지주회사제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각 회사별로 상이한 지배구조현실에서 나타는 운영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융지주제도를 활용한 성공적인 사례들도 많기 때문에 현재의 제도를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손영채 팀장은 "법 개정이 아니더라고 금융위 규정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화할 것"이라며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등의 방안을 곧 발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 직후 김기식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금융지주회사법에 지배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해서 담을 필요가 있다"며 "권한과 책임이 분리된 현행체제를 붙잡을 수 있는 법률을 올 하반기 안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