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과징금”, 산자부 “연비 적합”… 소비자 혼란 가중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연비 부풀리기에 대해 재조사를 벌인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아 정부가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이 거세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총리실, 기재부, 국토부, 산자부 등 4개 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의 연비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14개 차종의 연비를 조사한 싼타페 2.0 MD의 복합연비(시내+고속도로 주해)는 6.3% 적게 나왔고 코란도 스포츠는 7.1%나 적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 중 하나라도 허용 오차인 5% 이상이면 안 된다는 기준을 넘어섰다. 국토부는 현대차와 쌍용차에 각각 10억원과 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산업부는 싼타페의 연비 오차는 -4.2%, 코란도는 -4.5%로 오차 범위인 5% 안에 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두 부처 간 조사결과가 이같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국토부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차량 1대를 대상으로 1회 검사를 통해 복합연비를 측정하는 데 비해 산자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차량 3대를 검사하는 등 조사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국토부가 출고된 차량을 무작위로 축출해 검사하는 반면 산자부는 해당 자동차 회사가 제공한 차량을 검사하기 때문에 신뢰성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자부는 "차량 3대를 검사한 다음 부적합 차량에 대해 추가 검사를 실시하므로 오히려 국토부에 비해 신뢰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이번 연비 발표로 국토부와 산업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부처 간 높은 칸막이만 확인했다는 점에서 ‘밥그릇 싸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부처 간 연비 측정값이 서로 다르게 나온 만큼, 국토부가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는 “정부부처의 상이한 발표에 대해 어느 결론을 따라야 하는지 매우 혼란스러우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연비 조사 체계를 둘러싼 혼란과 혼선이 정부 내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의 서로 다른 조사결과 발표로 소비자들도 큰 혼란에 빠졌다. 부처 간 측정값 발표가 달라 업체의 자발적인 보상을 기대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4일 싼타페 2.0 MD 차량 소유자 3명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소송참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