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제대로 된 사람을 최적의 자리에 앉히는 '적재적소' 인사는 해당 조직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인사는 곧 조직의 '해(害)'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7일 단행된 국세청 부이사관급 및 세무서장급 전보인사도 적재적소에 골고루 인적자원을 배치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당초 포함될 것으로 전망됐던 고위공무원 승진 및 전보인사가 청와대 인사시스템 변화 등의 여파로 순연되면서 '하이라이트'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인사명단 곳곳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들을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국세청 대변인 인사다.
송기봉 현 대변인이 대기업 세무조사를 총괄하는 서울국세청 조사1국1과장으로 이동했다. 송 대변인이 부이사관이라는 측면과 국세청의 전통적 인사관행을 감안하면 이는 명백한 '하향전보'다.
하지만 고위공무원 승진인사 지연 등 외부적인 요인, 서울국세청 조사1국1과장 자리의 경우 어지간한 '능력자' 아니면 배치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고려하면, 이번 인사의 최대 '묘책'이라는 분석이다.
송 대변인이 행정고시 출신이지만 조사국 근무경력이 매우 풍부하다는 점, 만 2년 동안 대변인으로 근무하면서 유연한 대외조율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 등 세무조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의 여운이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적임자가 선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로도 부이사관급이 서울국세청 조사1국1과장을 지낸 케이스도 있어(이병국 전 서울국세청장) 하향전보로만 치부할 여지가 적다는 이야기도 있다.
송 대변인의 후임으로는 행정고시 41회 출신인 양동훈 서울국세청 국제조사관리과장이 임명됐다.
행정고시 40회들도 아직 본청 과장급 진입이 벅찬 상황에서 상당한 '파격인사'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양 과장이 행정고시 동기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1967년) 사실상 '중고참'이라는 점이 고려되면서 낙점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대기 발령을 받은 2명의 부이사관(노정석 대구국세청 조사1국장, 한재연 국세청 부가가치세과장)은 차후 진행될 고위공무원 인사흐름에 맞춰 지방국세청 부이사관급 보직(서울.중부 감사관 및 납세자보호담당관 등)에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부이사관임에도 불구 본청 소득세과장에서 교육원 교수과장으로 이동한 조성훈 과장과 관현한 부분은 배경에 의문점이 찍힐만한 대목.
본청 과장급 변동폭은 예상대로 적었다. 다만 '전문성'을 중시한 인사로 풀이된다.
부가가치세과장에 임명된 김한년 과장은 부가가치세과에서 6년 이상을 일한 'VAT맨'. 권순박 조사2과장도 서울국세청 조사국에서 4년 이상 일한 조사베테랑이다. 김태호 세원정보과장도 뛰어난 업무능력과 진중함으로 인정받고 있는 젊은 인재. 튀지 않아야 할 세원정보과장에 적임이라는 평가다.
개방형 직위인 본청 세정홍보과장에도 민간기업(SK)에서 홍보맨 생활을 오래한 인물(권창현)을 골랐다는 점, 본청은 아니지만 소송 및 납세자보호 업무가 주인 서울국세청 송무1과장, 부산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에도 여성 변호사(이경진, 김경지)를 임용한 것도 전문성을 중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의 새로운 과장급 핵심 보직으로 떠오른 역외탈세담당관(개방형)에는 내부인 출신(오호선 과장)을 선택했다. 이 자리는 역외탈세 조사 및 소송 등과 관련한 정보수집, 대응논리개발 등을 총괄하는 자리로 사실 민간에서 자리주인을 물색하기에는 위험성이 다소 높은 측면이 있다.
이에 차제에 해당 직위를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한편 내부에서 인재를 키워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일선 세무서장 라인업 재구성과 관련해서는 내년 명예퇴직이 예정된 백전노장들이 주요 세무서장 자리를 차지했다. '제2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남대문세무서장 자리에는 본청 대변인실 근무경력이 풍부한 정삼진 과장을 인선했다. 이 또한 전문성을 중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김상진 과장, 이운창 과장, 신충호 과장, 황희곤 과장 등 노장들이 각각 종로, 동작, 강남, 서초 등 요지 세무서장에 인선됐다.
복수직 서기관 승진 후 인도 주재관으로 파견됐던 강성팔 과장은 서울지역 세무서장으로(성북) 초임 서장을 경험하는 기회를 얻었다. 강 과장의 후임으로는 최종환 과장이 떠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홍성세무서장으로 일해온 김대일 과장도 시간차를 두고 중국(북경) 주재관으로 파견을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월1일 이후 서기관 승진자들의 경우 필히 1년 이상 외부기관 파견경력을 갖추어야 부이사관 등 승진이 가능하도록 인사규정이 바뀌면서 지성 과장, 정용대 과장, 천기성 과장 등 3명이 각각 금융위원회(FIU), 대법원, 헌법재판소로 파견된다.
조세심판원과의 교류 차원에서 김태진, 박찬욱 과장이 심판원으로 전출하고 최시헌 과장, 유세영 과장이 친정으로 복귀한다.
초임 세무서장은 총 29명(직무대리 6명 포함)이 임명됐다. 30명 중반대에 육박하는 명예퇴직자 규모 대비 숫자가 적은 모습. 직무대리 6명의 경우 일시적으로 서기관TO가 넘치면서 당분간 직무대리 형태로 근무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행정고시 출신 여성 세무서장(전애진 중부산세무서장 직무대리)이 탄생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