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직 서기관(4급) 승진. 행정고시로 공직을 시작했든, 하위직으로 공직을 시작했든 국세공무원의 '꽃' 세무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인 복수직 서기관 승진에 대한 갈망의 크기는 국세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클 수밖에 없다.
27일 31명의 국세공무원이 그 갈망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국세청은 27일 세무직 30명, 기술직 1명 등 총 31명의 고참급 사무관을 복수직 서기관으로 승진시켰다.
당초 지난 5월 초 단행될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순연, 2달 가까이 인사가 단행되지 않으면서 후보자들의 속을 까맣게 태웠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몇 명 좋자고 승진인사를 단행하기도 애매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김덕중 국세청장은 직원들과 약속한 사항(상반기 승진인사 단행)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
당초 일부 복수직 서기관들이 세무서장 진출을 포기하고 명예퇴직을 선택하면서 예정했던 인원보다 많은 수의 승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승진자 배분은 전체 31명 승진자 중 본청 15명(고객만족센터 포함), 서울국세청 6명, 중부국세청 4명, 부산국세청 2명, 대전과 광주·대구국세청 및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각 1명의 승진자가 배출됐다.
일반승진은 23명, 특별승진은 8명. 여성승진자는 3명이었다.
승진자 출신 지역별로는 호남 12명, 영남 11명, 충청 4명, 서울경기 3명, 강원 1명으로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졌다.
임용구분별로는 '세무대' 출신의 강세가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것이 특징.
지난해 5월 10명(36%), 11월 13명(45%)이었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무려 20명 승진해 전체 승진인원의 64%를 휩쓸었다. 행정고시 출신은 4명, 9급 공채 출신은 3명, 7급 공채 출신은 4명이 승진했다.
승진자 평균 연령은 49세였고 최연소 승진자는 1980년(남아주 국세청 창조정책담당관실 정책2계장) 출생자였다. 특히 남아주 서기관은 행시 48회 출신 중 가장 먼저 서기관 반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무서장 진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나이대(1958년 출생자) 승진자를 포함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세청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승진자 연령제한을 두는 관행에 대한 국회의 지적을 받은 뒤 하반기(11월) 승진에서 1명의 1957년 출생자를 서기관으로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 같은 기조를 확대, 3명을 승진시켰다(신재용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 조사심의팀장, 정혜주 고객만족센터 전화상담1팀장, 정영숙 중부국세청 운영지원과 경리계장).
다만 높은 연령으로 인해 세무서장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인원을 승진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의 미래인재들이 차지할 수 있는 룸을 축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이 기조에 따라 승진한 모 서기관은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 조직 측면에서의 승진의미를 축소시켰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본청 각 국실에서 골고루 승진자가 나왔지만 소득지원국과 전산정보관리관실은 승진자 배출에 실패했다. 지난 수 번의 인사에서 과거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소수의(?) 승진자를 배출했던 조사국은 이번에 3명의 승진자(윤순상 조사기획1계장, 오태환 조사2과1계장, 김길용 세원정보1계장)를 배출해 '승진명당'의 지위를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격무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 또 다른 승진명당인 직속국(운영지원과, 대변인실)에서 승진후보자가 즐비한 가운데에서도 1명의 승진자(박황보 운영지원과 복지운영계장)만 배출한 부분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번 승진인사와 관련해 안팎에서는 대체적으로 승진역량이 확실한 인물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별승진을 한 김준우 국세청 소비세과 소비1계장, 오태환 국세청 조사2과1계장, 김길용 세원정보과1계장 등은 물론 음으로 양으로 조직을 위해 뛰어온 대표 일꾼들(이훈구 국세청 납세자보호과1계장, 김재철 국세청 세정홍보과1계장, 고점권 국세청 법무과2계장, 양동구 국세청 전자세원과1계장, 박황보 운영지원과 복지운영계장, 홍성범 서울국세청 운영지원과 인사계장, 박헌옥 중부국세청 운영지원과 행정계장, 임호택 부산국세청 법인신고관리과장)이 대거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