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발전 중요…과열경쟁이 업계 발전 막아"

중소법인 끌어안기…회계감사절차 간소화 가이드북 마련
"감사 투입시간 공시로 공정감사 환경 제대로 조성할 것"

최근 국내 회계업계에 던져진 최대 화두는 '감사보수 현실화'와 '업계의 상생발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연임에 성공하며 '상생 2기'를 선언한 강성원(사진) 회장이 숙명처럼 풀어나가야할 과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취임과 동시에 △감사보수 현실화 △직무품질제고 △합리적 책임부담을 '3대 아젠다'로 내세운 것은 업계의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감사보수는 회계품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감사투입 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과 감사투입시간 공시, 감독당국과의 모니터링 공조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결국 회계법인들이 적절한 보수를 받아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하면, 이는 곧 회계품질 제고를 통한 투명한 사회로의 발걸음으로 이어진다는 구상이다.
 
여름 더위가 조금은 일찍 찾아왔던 지난 26일 오후 <조세일보>는 서울 충정로 공인회계사회관에서 그를 만나 앞으로 2년간 회계사회를 이끌어갈 방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 강성원 회장과의 일문일답.

(대담 : 한용섭 기자, 정리 : 김중순 기자, 사진: 김용진 기자)

Q. 회장 연임을 축하드린다. 취임소감을 부탁한다.

저에게 다시 한 번,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회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신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무투표 당선이 되도록 지지를 해 주신 것은 본인에게 커다란 영광이면서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회원 여러분에 대한 깊은 사랑, 공인회계사의 전문성에 대한 넘치는 자부심, 지난 2년간 회장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

Q. 지난 임기 2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을 꼽자면.

2012년 41대 회장으로 출마하게 된 계기도 우리 후배 회계사들이 짊어지고 있는, 불합리한 업무환경과 과도한 책임 때문인데, 지난 2년 동안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무척 노력해 왔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손해배상 비례책임제 도입이다.

그 외에도 감사인의 재무제표 작성지원 금지, 지정감사 대상 확대 추진, 회계·세무 멘토링과 초등학생 경제와 회계교육교실 등 회계사들의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적인 인식개선 활동을 꾸준히 전개한 일을 들고 싶다.

Q. '상생과 동반성장'에 대한 좀 더 자세한 풀이를 부탁한다. 또 최근의 회계시장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회계업계는 크게 '빅4'와 '논(Non) 빅4'로 나뉜다. 이들은 보유한 회계사 수나 규모, 경쟁력에서 차이를 많이 가지고 있다.

빅4는 국제적 멤버펌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상품이나 교육 등에서 협조를 받고 있다. 여러 면에서 중소법인에 비해 우위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라면 같이 상생해야한다. 공인회계사회장이 된 이후 중소회계법인들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얼마 전 중소법인들끼리 회계감사절차를 간소화 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감사에는 절차라는 게 있는데, 그동안은 여러 가지 불필요한 조서가 많았다. 이번 기회에 필요 없는 부분은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겼다.

또 대형법인 대표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사보수 2000만원 이하 계약 건에 대해서는 수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동의를 얻었다. 아직까지 잘 안 지켜지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금년에는 지켜지길 기대한다.

사실 작은 기업에 대한 감사는 중소회계법인이 하는 게 맞다. 큰 회계법인에게는 경제성도 없을뿐더러, 어느 정도 시장이 구분돼야 한다.

최근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대한 외부감사가 의무화되면서 중소법인들의 일감이 늘어났다. 공동주택과 학교법인들만 해 1만 곳 이상 된다. 감사대상이 늘어난 것인데, 중소법인들은 이 부분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이 필요하다.

Q. 비현실적인 감사보수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 온 부분이었지만 아직까지 개선이 미미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보수현실화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면.

회계에 대한 기업의 낮은 인식과 회계법인 간의 과열경쟁이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본다.

특히 회계감사 시장의 정상화를 막는 것이 턱없이 낮은 감사보수인데, 이는 감사투입시간의 하락, 감사품질의 저하로 이어져 악순환을 초래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적정한 감사시간투입을 통한 품질제고로 유도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번에 개정된 외감법은 감사투입시간을 예전과 달리 구체적으로 표시하도록 보완되어 환영한다.

'Time Charge'(시간당 상담료)에 의한 감사보수 산출을 적극 유도할 것이며, 감사투입시간을 산업별, 업종별로 조사·발표해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다. 아울러 감사투입시간과 투입인원에 대한 본회 차원의 모니터링도 강화할 예정이다.

재삼 강조드리지만 '공정감사' 토대는 적정시간 투입과 이에 상응하는 보수산출에서 만들어 진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공시되는 감사투입시간이 기업 간에 비교됨으로써 점진적인 공정감사 환경이 조성될 거라고 생각한다.

Q. 이전 임기 동안 대형회계법인과 중소회계법인 간에 있었던 괴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생각하는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대형과 중소형 회계법인 간의 감사품질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회계법인은 지속되어 온 경기침체 등 녹록치 않은 제반환경을 헤쳐나 갈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중소 회계법인은 감사품질 제고와 업무효율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41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법인 간의 품질과 시장경쟁력 차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책을 마련했다.

중소형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법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제팀에 변호사 인력을 2명으로 보강하였으며, 개정 감사기준의 실무적용에 대한 'Audit Guide'(회계감사 가이드)를 안내했다. 회 설립 이후 최초로 회계사무소 소속 사무직원에 대한 직무교육을 지원하여 교육참여자 뿐 아니라 회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음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회계법인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여 회계업계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개선책을  찾아내도록 노력해 왔다.

특별히 예전에 비해 중소회계법인과 소통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는데 앞으로도 더 많이 소통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품질관리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회원들을 위한 세무포털 사이트 개설 등으로 중소형 회계법인의 직무품질을 향상시키도록 회 차원의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

Q. 공인회계사회는 손해배상기금 적립의무를 일반기업들에게도 적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사항인데,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가.

재무제표 대리작성 관행 금지, 손해배상 비례책임 도입 등 사회적으로 회계투명성이 강화하는 데 있어, 합리적인 판단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재무정보 작성주체는 기업이다. 투명한 회계정보도 기업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런 맥락에서 기업이 손해배상기금을 의무적으로 적립하면 어떻겠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기업들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막대한 손해배상을 미리 준비하자는 일종의 보호망이자, 부실감사에 대한 대비책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마지막으로 남은 임기동안 어떤 방향으로 공인회계사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 포부를 부탁한다.   

앞으로 2년간 '보수현실화', '직무품질제고', '합리적 책임부담'을 3대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려 한다.

이 3가지 과제를 과연 어느 수준까지 올리느냐는 바로 공인회계사 회원들의 확고한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만8000여 공인회계사가 정당한 보수를 받고, 일류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법제도적 책임은 합리적으로 부담하는 꿈이 현실이 되어야 한다. 회계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국민들과 사회에서 존경받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