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동의없이 대출…SPC만들어 구조화금융까지 손 대
일부 보험사와 커넥션 의혹…금감원 "면밀히 들여다볼 것"
최근 일부 대형보험대리점(GA)들이 보험사로부터 받을 모집수수료를 담보로 은행과 보험사로부터 수백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당국은 대리점들이 대출금을 비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용처에 대한 정밀조사에 나섰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0일 전 보험사와 보험대리점에 ‘모집수수료 담보대출 관련 유의사항 통보’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모집수수료 담보대출을 받은 보험대리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사전 조사결과 일부 보험대리점은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14개 보험사로부터 받은 수수료채권을 기초로 약 23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대출(ABL)을 만드는 등 구조화금융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집수수료는 대리점이 소속 보험설계사에게 보험계약 체결에 따라 지급하는 일종의 수당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리점들은 설계사 동의없이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어 대규모 대출금이 비자금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모집수수료 담보대출과 관련한 상황을 파악한 결과 일부 대형GA의 경우 200억원 안팎의 대출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수료는 소속 설계사들에게 지급해야할 잠재적인 채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동의없이 GA가 임의적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돼 비자금 등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어 용처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나 보험사들도 연 6.20%의 대출금리에 취급수수료도 대출금액의 1.30%로 높아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여러차례에 걸쳐 지급해야할 판매수수료를 대출로 일시에 지급한 후 대리점들로부터 이자를 취득하기도 했다.
보험사는 이자를 챙기고 돈이 필요한 대리점은 일시에 큰 돈을 대출받는 등 ‘커넥션’ 여부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대출을 받아 과도하게 보험설계사 영입에 사용하거나 부당 승환(보험갈아타기)계약의 발생, 불완전판매에 따른 민원 유발 등 모집질서 위반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 규정을 위반한 내용들이 적발되면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출금의 대부분이 선지급 수당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설계사에게 수당을 나눠 지급하도록 권유하고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보험사와 대리점들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며 “보험대리점이 수수료 담보 대출을 받을 경우 소속 설계사들의 동의를 모두 받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