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답변하고 있다.(사진 = 김용진 기자)
"국정원 정치관여 없을 것"…북풍 공작 의혹엔 "전혀 관련 없어"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7일 인사청문회에서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벌금 1천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 "불법자금을 전달한 것은 백번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자금 출처와 관련) 당에서 후원금을 받은 것인지 알지도 못했고, 당에서 주는 돈을 그냥 가져다준 것"이라며 "제가 차떼기를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진행된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차떼기'사건과 정치공작 관여 의혹과 함께 국정원 개혁에도 초점을 맞췄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의 해명 기회를 적극 보장하면서 공세 차단에 주력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국기문란 행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후보자가 정치개혁이 화두로 부상하는 시기에 국정원장으로서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 국민적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말씀은 죄송하다고 하지만 표정이나 이런 것이 너무 편안하다. 이런 분이 국정원을 개혁할 수 있느냐"고 거듭 꼬집었다.
그는 또 같은 당 문희상 의원이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묻자 "배경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지는 못했다"면서 "어쨌든 국정원 업무내용이 정치 소용돌이에 끼어들었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정치 관여라는 말은 제 머릿속에서 지우고 원장직을 수행하려고 한다. 더 심하게는 가슴 한구석에 사표를 써서 들고 다니겠다. 지켜봐 달라"고 약속했다.
또한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은 "후보자는 정통 '정보맨'이 아니고 정치에 관련된 분 아니냐"면서 "지금 국정원의 개혁 방향과 배치되는 성격의 후보자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 개혁 중 하나인 국회 정보위와의 소통을 강조하자 이 후보자는 "국가기밀을 국회 정보위가 전혀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동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가정보원이 걱정하는 것은 의원들 외 보좌관 등에게 공개될 때 보완이 안 돼 해를 끼치는 것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며 "국정원장이 되면 정기적으로 국회 정보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회기 때마다 정보위가 열릴 때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정보를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자는 핵심 의혹 중 하나인 북풍 공작 등 정치공작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정치공작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김대중 당시 대선 후보측이 대북 접촉을 하고 북한 자금을 받았다는 안기부 주도의 '북풍 공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당시 (검찰)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고 1년 동안 출국금지를 받아가며 조사받았지만 기소도 되지 않았다"면서 "북풍 관련해서 전혀 관여를 안한 것이 확실한 사실"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차떼기 전달책 역할문제와 관련, 정치자금문제에 야당도 자유롭지 않음을 강조하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권성동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불법자금을 받아 적발됐다"면서 과거 불법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처벌받은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새정치연합 쪽 인사들을 거론하며 "자기들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남의 것만 커 보이는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이 후보자는 벌금만 받았다. 정치자금 관련해서 핵심인물이 아니었고, 엄하게 처벌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었다"면서 "왜 벌금 1천만 원을 받았는지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고 두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