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쓴 대로" 발언 계속되자 의원들 "오만불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5.16군사쿠데타에 대한 답변 태도를 놓고 인사 청문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정 후보자는 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진행된 인사 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의 '5.16이 군사쿠데타가 맞느냐'는 질문에 "5·16에 대해서 책에 기술한 바와 (생각이)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오후 이어진 질의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자 '군사쿠데타'라는 정확한 표현을 하기보다 "오전에 한 답변과 같다", "제 책에 쓴 대로다", "말씀하신대로다" 등 에둘러 표현해 야당 의원들의 비난을 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5.16쿠데타인가, 아닌가'란 질문을 거듭 던지며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 정 후보자에게 "그게 질문에 대한 답인가. 책에 있으니까, 오전에 답했으니 그리 답하는 건가. 그게 소신인가"라고 지적했다.
거듭된 답변 요구에도 정 후보자는 "책에 쓴 대로"라는 태도를 고수하자 김 의원은 정 후보자의 저서인 <대한민국 헌법이야기>를 들추며 "책 몇 페이지에 있느냐, 내가 본데는 나와 있지 않다"고 했고, 정 후보자는 "책이 준비가 안 돼 (모르겠다)"고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김 의원은 "지금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하고 온 건가"라고 비판하며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후, "(이런 답변 태도는) 인사 청문회팀이 전혀 가동되지 않거나 장관 후보자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 빠져라 한 거 아닌가 싶다. 여러 차례 인사청문회 해봤지만 안행부만 세 번째인데, 지금과 같은 답변 방식과 태도는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청래 야당 간사는 진영 안행위위원장을 향해 "인사청문회를 많이 한 편인데 오늘처럼 답변하는 후보자 없었다. '제 책에 쓰여 있다' 이런 답변이 어디 있느냐"며 "개인 김현에게 답변하는 건가. 국민을 대신해 묻고 국민에게 답하는 것이다 개인 정종섭으로 왔느냐"고 정 후보자를 힐난했다.
정 간사는 "대답이 곤란한 것은 추후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한다면 이게 무슨 청문회인가. 5.16군사 쿠데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묻는 것이지 기록을 보겠다는 게 아니다"며 "국민을 무시하는 정종섭 장관 후보자는 여기 헌법학자로 온 것도 아니고 서울대 교수로 앉은 것도 아니다. 장관이라는 공직을 하기 위해 국민 앞에 앉은 것이다. 이런 오만불손한 태도로는 청문회 못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진 위원장은 정 후보자를 향해 "후보자가 그리 답하면 국민들이 답답해 할 수 있다”며 “진정성을 갖고 솔직하게 답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질의순서가 온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책에 쓰인 대로'라는 정 후보자를 향해 "저서에서 '쿠데타'라고 해놓고 말은 못하는 것은 잘못 기술했다는 건가"라고 쏘아붙였고 정 후보자는 "잘못 쓴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왜 말을 못하는가. 국회를 무시하나. 쿠데타면 쿠데타라고 말해라. 저서를 보라는 게 청문회를 임하는 태도인가"라며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저서에 썼으면 말을 하라"고 거듭 분명한 답을 요구하자 정 후보자는 "맞다"고 말했다. 이에 노 의원은 재차 "맞다가 무슨 말이냐. 쿠데타가 맞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정 후보자는 끝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제주 제주시갑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강창일 의원은 앞서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무장봉기'라고 밝힌 후보자의 역사인식을 문제삼았다. 이에 정 후보자는 "제 책에는 제주도민을 폄하하는 사실이 전혀 없지만, 제 책의 내용이 잘못 전달돼서 제주도민이 상처를 입었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