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硏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 10억원↓ 낮춰야"

 

"미신고 과태료·벌금, 2배 인상"

"무신고 가산세 1.5배 인상", "부과제척기간 15년 연장"
"기한 후 신고 과태료 감면 기간 6개월→2년 연장"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현재 10억원 이상인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신고 과태료를 현재보다 대폭 강화하고 무신고 가산금은 1.5배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의 주제발표를 통해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 10억원은 상당히 높은 편으로 기준을 낮춰서 신고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란 10억원 이상의 자산이 해외에 있는 납세자의 경우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한 제도로 2011년 도입된 이후 신고규모는 525명·11조5000억원에서 2012년 652명·18조6000억원, 2013년 678명·22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안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은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이 1만달러(1050만원)이며 일본은 5000만엔(5억원)으로 우리나라보다 신고기준이 낮으며 프랑스의 경우는 모든 거주자의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안 연구위원은 "2015년 9월 시행될 한·미 자동정보교환협정에 따라 한국 금융기관이 미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기준은 개인 5만달러, 법인 25만달러"라며 "이를 보더라도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신고 과태료와 벌금은 대폭 인상하되, 신고기한이 지난 후 신고할 시에는 과태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현재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을 시 과태료는 미신고 금액이 20억원 이하인 경우 해당 금액의 4%, 20억~50억원은 8000만원을 기본으로 내야하며 여기에 20억원 초과분의 7%를 내야 한다. 50억원을 초과하면 2억9000만원을 과태료로 내야하고 50억원 초과분의 10%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올해부터는 위반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신고기한이 지난 후 신고했을 시 1개월 이내 신고했다면 과태료의 50%를 감면해주며 6개월 이내 신고했다면 20%를 감면해준다. 수정신고 시 6개월 이내는 50%, 1년 이내 20%, 2년 이내 10%의 과태료를 감면해준다.

안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위반금액의 50%를 과태료로 부과하며 호주는 25~75%의 가산세를 내는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과태료, 벌금 수준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현행 과태료와 벌금의 두 배 수준으로 인상해도 미국이나 호주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외소득과 재산은 납세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정보를 확보하기 매우 어려워 신고를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신고기한이 지났더라도 과태료와 벌금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신고할 수 있도록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과태료 감면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안 연구위원은 감면율을 대폭 인상하고 수정신고의 경우 4년, 신고기한 후 신고는 2년으로 과태료를 감면받을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해외금융계좌를 의도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납세자에 대해선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하고 가산세를 대폭 인상하는 등 패널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국세 5년, 무신고 7년, 부정행위 10년, 상속증여세 10년, 상속증여세 부정행위는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며 해외금융계좌 무신고 가산세는 20%, 부정행위 40%를 적용하고 있다.

안 연구위원은 "역외탈세는 과세정보 획득과 적발, 입증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국내 탈세에 비해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해 탈세 적발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네덜란드는 국외원천소득에 대해 12년, 미국과 호주, 캐나다, 중국, 남아공의 경우 부정행위를 통한 탈세의 부과제척기간을 무제한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다른 탈세와의 균형, 납세자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부과제척기간을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속세를 탈세하는 경우과 같은 15년으로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산세와 관련해선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은 가산세가 100% 이상"이라며 "탈세를 유발하는 특정 국제거래를 명시하고 이에 대해선 현재 적용되는 가산세보다 높은 수준인 1.5배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