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적 자금세탁 국가위험도 평가委 등 설치 필요"
자금세탁이 조세포탈 등 특정 범죄에 집중돼 있지만 유죄판결비율은 극히 낮아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자금세탁방지 민·관·학 심포지엄'에서 자금세탁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은 작지 않은 지하경제 규모를 갖고 있다.
주요국의 자영업자 및 지하경제 비중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민간고용 중 자영업자 비중이 34.0%로 일본(14.9%), 미국(7.8%)보다 높았으며 OECD 평균인 17.0%에 비해서도 격차를 보였다.
또 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27.6%로 나타나 터키(33.2%) 등을 제외하고는 OECD 내에서 최상위급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지하경제 등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한 자금세탁이 조세포탈 등 특정 전제범죄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를 기준으로 접수 처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자금세탁은 접수건수로는 사기·횡령·배임 등(31만3177건)으로 가장 높았고 사행행위(7811건)와 조세포탈(4978건)이 뒤를 이었다.
범죄수익규모에서는 조세포탈이 22억원대로 사기·횡령·배임(25억원대)과 비슷했으나 전체범죄별 유죄판결비중(2004~2010년 평균)에서는 사기·횡령·배임이 16.3%, 사행행위가 21.2%인데 반해 조세포탈은 1.9%로 그 비중이 극미했다.
5만원권 환수율이 2012년 61.7%에 달했던 것이 2013년에는 48.6%로 떨어지고 올해 5월까지 27.7%에 머물고 있는 부분도 자금세탁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으로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자금세탁 관련 국가위험도 평가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 기구인 가칭 '자금세탁 국가위험도 평가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국가위험도 평가는 결코 FIU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으며 범정부적인 기구를 통해 종합적인 관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인 FATF는 각 회원국들이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금지와 관련 국제적 규범들을 정리해 권고하고 있으며, 주요 국가에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국가위험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도 FATF 등 국제기구의 권고에 따라 민간부문이 주도하고 정부, 감독기관, 학계가 함께 참여해 자금세탁방지제도 발전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자금세탁 관련 국가위험도 평가를 수행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및 제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자금세탁 관련 데이터 베이스의 구축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자금세탁방지 대책이 정부의 부족한 세원 마련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곽 교수는 "작년에 국회에서 자금세탁방지 대책을 세원을 찾아내는 쪽에 쓰겠다고 논쟁이 있었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며 "잠재적 범죄와의 싸움에서 국가안보라든지 이런 것들을 놔두고 개인들의 탈세에 너무 초점을 맞추면 전체 제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