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 합의서 위반 통합논의 거부
9월경 금융노조 차원 총파업 추진 예고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2일 오후 서울역 광장을 성난 외환은행 직원들이 뒤덮었다.
12일 외환은행 노조 5000여명(노조 추산)은 서울역 광장에 운집해 '외환은행 사수 전직원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결의대회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조기통합 발언에 반발해 진행됐다. 마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논란이 정점을 찍었던 2011년 말로 회귀한 모습이었다.
이날 노조는 "2012년 2월 17일 노사정이 합의한 5년간 독립경영보장은 대국민 약속이라며 공개약속을 파기하자는 모든 통합논의는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2.17 합의서가 어떤 합의서냐. 론스타에 맞서 범국민투쟁의 결과였다"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이 합의서 전체를 부정하는 만행을 저지르려 하는데 그런자들을 어떻게 믿고 무엇을 함께 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김정태 회장이 외환은행이 인수된 2012년 이후 급격히 경영이 나빠졌다고 말했는데 결국 외환은행을 망친 책임은 하나금융이 져야 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에 대해서도 "사측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를 하고도 아직까지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약속을 안 지키는 죄책감도 없는 것 같다.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조합원들의 단결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약속을 어긴 자와 지킨 자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총력투쟁을 펼쳐 나갈 것을 천명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조기통합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외환은행 경영진을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김문호 위원장은 "세월호 사고 때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을 놔두고 자기만 살겠다고 탈출을 했는데 외환은행장은 하나금융을 위해 앞장서며 자기만 살려고 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위원장은 "어제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임단협과 관련 외환은행 독립보장, 국책공기업 문제 등과 관련해 9월 초 총파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하며 "이 같은 결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함께 뭉쳐서 총파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자"고 말했다.
이날 정치권의 지지발언도 잇따랐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이학영, 한명숙 의원,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영상편지로 지지의사를 밝혔으며,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조원들에게 조기통합을 함께 막아내자며 결의를 다졌다.
심상정 의원은 "구멍가게도 합칠 때는 원칙이 있다"며 "일부에서는 (조기통합을 거론한)김 회장의 속내와 관련 연임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외환은행 출신의 김기준 의원은 "2.17 합의서는 단순한 종이쪽지가 아니며 외환은행 직원들과 고객들이 뜻을 함께 한 결과물이다"며 "금융기관은 신용을 먹고사는데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은 금융기관 수장으로 자격이 없다 "고 일갈했다.
한편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등 그룹 경영진들은 11일과 12일 1박2일간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조기통합과 그룹의 시너지에 대한 논의 내용 결과를 이날 저녁에 발표키로 하는 등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사간 양보 없는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