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지난 4월 18일 국민은행 일산연수원에서 진행된 '반성속으 ㅣ새출발,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LIG손보 인수…조직분위기 쇄신·수익성 증대 기대
KB캐피탈, 호실적 행진…연계영업 시너지 가시화
KB금융이 최근 일련의 악재를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서고 있다.
과거 M&A 시장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셔야 했던 시련을 딛고 KB캐피탈(구 우리파이낸셜)과 LIG손해보험 인수에 잇따라 성공하며 비은행계열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특히 LIG손보 인수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일련의 악재들을 훌훌 털어내고 KB금융이 그토록 염원해 왔던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실현시켜줄 호재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모습은 임영록 KB금융 회장 취임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온 'Back to the basic'을 바탕으로 한 기본기 강화와 내실화 노력의 결실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역전의 M&A…시너지 파급 기대감 '솔솔' = 손해보험업계 선도업체인 LIG손보 인수는 역전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듣는다.
금융당국의 징계 등 대외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남다른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 한발 앞서 인수를 추진한 다른 업체들을 누르고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
LIG손보 인수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뿐 아니라 국민은행을 비롯한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등 그룹의 수익성 강화에 많은 도움에 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KB금융은 계약 체결 후 KB금융과 LIG손보 직원이 포함된 실무협의를 구성해 사명변경, 전산개발, 인수 후 조직안정 및 영업력 강화방안 등 주요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LIG손보 인수 후 별도의 인위적 구조조정을 지양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손보업계 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한 LIG손보의 역량과 노하우를 존중했기 때문.
LIG손보는 임직원 3500여명, 전속보험설계사 1만명 등으로 구성된 업계 상위권 손해보험사로 계열편입시 비은행 부문 수익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KB금융의 사업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LIG손보 인수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수많은 임직원이 제재를 받은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KB금융 2만5000여 전 임직원이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인 KB금융의 자체 평가다.
▢11번째 식구 KB캐피탈…실적 순항중 = KB금융이 11번째 식구로 맞이한 KB캐피탈은 우리금융 민영화 1호로 기록돼 있다.
KB캐피탈은 수익성, 안정성, 성장성을 두루 갖춘 우량 여신전문금융업체로서 전국에 20개 지점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인금융분야의 안정적 자산성장과 기업금융에서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높은 성장과 수익을 실현해 왔다.
특히 자동차 금융분야에서는 적극적인 제휴전략을 통해 국내 최고의 지위에 올라 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올해 초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해 사명을 KB캐피탈로 변경하고 오정식 전 씨티은행 부행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해 국내 최고 여신전문금융회사로 키워나가고 있다.
KB캐피탈의 편입은 KB금융의 오랜 숙원이었던 비은행계열 강화와 영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룹내 계열사간 연계영업 활성화 등 시너지 강화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B캐피탈은 지난 3월 20일 지주 편입 이후 서민금융활성화라는 기치 아래 전국 1200개에 달하는 국민은행 점포망과 연계한 소개영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4월 소개영업을 처음 시도한 이후 불과 2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증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우리금융그룹 편입 당시 월 1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소개영업 실적이 불과 2개월여만에 무려 90억원에 육박하는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KB캐피탈은 국민은행 외에도 주력 계열사인 KB투자증권과 제휴한 신용거래 신상품을 7월 1일 출시했으며,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소매금융 외에도 은행 영업점과 캐피탈 영업조직 간 연계한 기업금융 틈새시장 발굴을 위한 노력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10월 이후 계열사 편입이 예상되는 LIG손보와의 제휴상품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스템보다는 사람…기본부터 다시 시작 = 현재 KB금융은 계열사의 각종 사건사고를 비롯해 국민은행 주전산기기 전환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절치부심하며 고민에 빠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 회장 스스로도 이번 주전산기기 전환 관련 사건은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KB금융 내 소통의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사람'에 있다고 보고 있다. 제대로 된 '성장통'을 앓아 보지 못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무엇보다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찾는 길이 급선무다. 느리더라도 탄탄하게 기초부터 쌓아 나가는 차분한 여정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스템보다 사람'이라는 구호는 당장의 실적에 치우치기 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조직과 직원들을 추스르고 고객과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함께 나가야 한다는 것. 이는 임 회장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소통을 위한 노력은 뼈를 깎는 아픔 속에 조용히 전개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새벽까지 이어진 ‘반성 속의 새출발, 위기 극복 대토론회’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처절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들이 가감 없이 터져 나왔다는 전언이다.
끝장토론 내내 말을 아꼈던 임 회장은 이번 위기를 과거 적폐와 단절의 계기로 삼을 것과 그룹 전체가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임 회장은 일선직원들과의 'CEO와의 대화'를 통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쇄신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KB금융 조직도 조심스러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고객정보 유출 및 탈취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KB국민카드에서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보안 인력 강화 및 전담팀을 만들었으며, 영업정지 기간중에는 임직원들이 1만 시간 봉사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며 잃어버린 신뢰를 복구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KB금융은 단순 봉사활동을 넘어 직원 개개인의 재능을 활용한 재능드림봉사단, 저신용 서민전용 대출인 KB착한대출 출시, 찾아가는 경제금융교육 등을 실시하며 고객의 성공을 돕기 위한 '시기적절하게 때맞춰 내리는 알맞은 비'와 같은 시우(時雨)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임 회장은 바닥까지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와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 소통문화 확산 및 조직 문화 쇄신을 통한 '기본에 충실한 금융'을 그룹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기처방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그룹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기도 하다.
한편 임 회장은 지난 6월 26일 금감원의 제재심의를 받은 뒤 "저와 함께 제재대상이 된 직원들에 대해 삶의 터전인 직장을 잃는 가슴 아픈 일이 없도록 심의과정에서 최대한 배려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한 바 있다.
본인의 거취가 무엇보다 관심이었을 상황에서 선량한 다수의 은행원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조직에 대한 애정을 에둘러 전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