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조세포탈과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14일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조세포탈죄 적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재판장 김종호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진행된 공판에서는 조 회장의 조세포탈죄 적용 여부을 놓고 '세무조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효성이 부실자산을 떨어내기 위해 부실자산을 가공기계장치나 매출원가로 대체하는 과정이 정상적으로 기계장치를 취득할 때 적용되는 과정과 차이가 없다"며 세무조사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차변과 대변에서 금액이 세분화 돼 있는데, 분개 항목이 수백개로 나눠져 있어 가공기계장치를 발견하기 어렵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잡한 회계처리 과정을 거쳐 정상적인 기계장치를 취득한 것처럼 위장했다"며 "국세청 공무원이 가공기계장치를 발견하기 어렵게 돼 있었다"며 세무조사를 어렵게 할 의도가 명백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가공기계장치의 넘버를 효성의 회계프로그램인 ERP 프로그램에 넣으면 상세한 정보가 뜬다며, 예를 들어 인보이스 넘버를 넣으면 언제 구입했고, 제원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정보가 나타나 실제 기계장치 구입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가공기계장치 구입 내용은 실제 기계장치 구입 내역과 큰 차이가 있어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며 "세무조사를 현저히 어렵게 할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측은 이날 ERP 시스템에 대한 실제 적용 과정을 동영상으로 준비해 설명했다.
변호인은 효성이 4조원 가량의 매출을 신고하면서, 감가상각비로 기계장치 2680억원을 신고했으며, 여기에 법인세 25%를 적용하면 약 670억원 정도 법인세를 적게 내게 되는데, 감가상각비의 손금처리 인정은 국세청의 필수적인 점검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법인세를 감면받는 조건은 국세청 공무원의 점검이 필수적이어서, 이 부분을 조사하다 보면 쉽게 가공 기계장치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게 효성측 주장이다.
변호인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방안에 대한 지침에서도 가공 기계장치 여부에 대해 확인하도록 규정돼 있고, ERP시스템에서도 실제 가공 기계장치에 대해 고정자산인 FA모듈에는 정보가 다 있지만, 대금지급과 관련해서는 공란으로 나온다며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시 ERP 시스템을 적용해서 처리해 보면 가공 기계장치인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측은 실제 기계장치 취득과 가공 기계장치 취득이 차이 없이 회계장부에 기입돼 있고, 구별이 쉽지 않아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시 발견하기 쉽지 않으니, 세무조사를 현저히 어렵게 해 조세포탈 의도가 있다는 입장을 반복해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들은 가공 기계장치의 회계 처리가 많은 항목으로 나눠져 있어 발견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지만, 국세청 공무원이 세금 감면을 위해서 신고한 내용은 필수적 조사 사항이며, 실제 회계프로그램을 조사하면 외상매출이 공란으로 나오는 등 실제 기계장치 구입과 차이가 있어 쉽게 알 수 있다고 맞섰다.
이 부분은 조세포탈죄 적용에 있어 범죄 구성요건과 관련해 물러설 수 없는 쟁점으로 서증조사에서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앞으로 4회 정도 더 서증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