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소득불평등 해소하려면 조세 제도 개혁해야"
세계은행이 현재 소득불평등이 심할수록 부유층의 소득증가율은 높아지지만 빈곤층의 소득증가율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불평등이 심하면 경제가 성장해도 성장 결과가 부유층에게만 집중되고 빈곤층은 혜택을 못 받는다는 뜻이어서 그동안 주장되었던 '선성장 후분배' 정책을 부정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계은행의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이 잇따라 소득불평등 문제를 경고하고 나선 것과 일맥상통한다.
IMF는 올해 들어 여러 편의 보고서를 통해 소득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과세 등을 통한 적절한 수준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OECD도 최근 '소득 분배와 빈곤' 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 선진국에서 소득 불균형이 심해져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내유보금 과세, 세수목적 과세 아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사내유보금 과세와 관련해 세수확보가 목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2013 회계연도 결산' 관련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정 위원장은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면 이중과세 문제나 자본주의 근간이 흐트러지지 않느냐"며 "유보금 과세 대신 투자환경을 잘 만들어서 투자를 유도하는 그런 부분이 강조되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에 "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가계가 저축하고, 기업이 이를 빌려가서 임금, 배당 이런 것으로 돌려줘야 하는데 수년째 거꾸로 기업이 돈을 저축하고 가계가 빌려쓰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의 자율결정을 제재하려는 것은 아니고, 적정한 사내유보금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하려는 것"이라며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최 부총리는 "기업의사를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한다든지, 과도하게 과세해서 기업의 사업의욕을 떨어뜨리거나 하는 방안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인세율을 인하한 나라, 한국이 유일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증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반박하며 법인세율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신학용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적 정책으로 인해 기업소득 증가율이 가계소득 증가율의 약 2배에 이르렀다"며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학용 의원 조사 결과, OECD 34개국 중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에서 지난해까지 법인세율을 인하한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했다. 나머지 22개국은 법인세율을 유지하거나 인상했다. 아시아 국가 중 법인세율을 인하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신학용 의원은 "정부가 기업에는 세 부담을 감면해주고 국민들에게 세 부담을 높여왔다"며 "법인세 인상은 조세 형평의 차원에서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와 관련해서도 그는 "사내유보금이 많은 기업의 소득 증가율이 높은 만큼 세 부담 여력이 있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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