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3.9%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을 3.7%로 깎아내렸다.
세계경제 회복 둔화, 국내경제의 구조적 요인에 세월호 사고 여파까지 겹치며 상반기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경제상황 역시 낙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조속히 뒤집어 놓지 못할 경우 성장, 물가, 수출, 내수, 가계, 기업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모두 위축되면서 저성장, 저물가 자산시장 부진 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형태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을 전후해 경제회복의 불씨가 살아났다며 올해를 반전기회로 삼으려했던 정부의 청사진은 완전히 구겨졌다. 이제는 경제회복이 아닌, 경제불황으로 내몰리지 않으려는 발버둥을 쳐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는, 답답한 현실에 처해 있는 것이다.
□ "경제, 막혀도 너무 꽉 막혔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된 2기 경제팀은 현 경제상황에 대해 당초 예상보다 어려운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세계경제 둔화, 경쟁국 추격 등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상승 둔화로 위축된 가계소득이 결국 내수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고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체감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부채는 이미 소비와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에 근접했으며,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는 전체적인 경제활력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6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은(임근근로자 대비 OECD평균의 2배),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노동시장 안정 및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기업가 정신이 쇠퇴해 투자가 위축되고 금융기관은 자금흐름이 막혀 서민·중소기업, 실물경기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사상 초유의 거시경제 왜곡, "과감한 정책 필요" = 정부는 이 같이 '종합병원'에 당장이라도 입원해야 할 것 같은 현 경제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흐름에 세월호 사고 등으로 인해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과다 흑자의 '거시경제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정부는 1%대로 지속되고 있는 낮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경상성장률이 빠르게 둔화,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고용·임금·가처분소득이 둔화되는 등 민생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올해 6월까지 20개월 연속 1%대의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됐고, 2001년~2008년까지 7.2%였던 경상성장률은 2011년 5.3%, 2012년 3.4%, 2013년 3.7%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라며 "소비는 보합수준이고 생산은 마이너스다. 내수와 수출은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책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과 과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모습은? = 정부는 세계경제 회복 둔화와 구조적 요인 등으로 상반기 경제상황이 주춤함에 따라 당초 전망한 경제성장률(3.9%)보다 낮은 3.7%의 성장률을 예측했다.
하반기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 정책효과 등으로 성장흐름은 점차 개선되겠으나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재고투자가 늘면서 성장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으나 유가 상승,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은 하반기 경제성장의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는 올해 1분기 유례없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부진 등으로 당초 전망했던 수준인 45만명(고용률 65.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도소매 등 전통서비스업의 고용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고 자영업도 과당경쟁에 따른 구조조정 등으로 향후 고용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수출 개선 등으로 제조업 고용 증가세는 지속되고 교육·보건·복지업과 관련한 인력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소비자들의 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환율 등도 안정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당초 예상(2.3%)보다 낮은 1.8%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농산물의 수급이 양호한 편이고 환율 하락 등 공급적인 측면에서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이라크 사태 전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태풍 등 하반기 기상여건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경상수지는 내수부진 등으로 수입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당초 전망(GDP대비 3.4%)보다 확대된 GDP대비 5%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