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회복 어렵지만 거래량 증가 기대
가계부채 부작용 우려…제도적 보완 필요
오는 8월 즉시 시행, 금융위 행정지도 준비
부동산 시장의 '쇠사슬'로 여겨져 왔던 LTV·DTI(담보인정비율·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완화된다.
시장에서는 대출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신규 수요가 매우 적은 상황이라 낙관적 전망을 하지 않는 동시에 추가적인 부동산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 팽창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다. 가계 부채와 관련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원금 상환 구조의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부동산 회복? 더 큰 하락 막는데 '초점' = 2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LTV는 은행·비은행, 수도권·비수도권 관계없이 70%로 통일된다.
그동안 은행과 수도권이 비교적 강한 규제를 받던 것과 비교할 때 균형을 맞췄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DTI의 경우 지역과 금융회사에 관계없이 소득의 60%까지 대출이 허용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청장년층의 장래 예상 소득을 인정해주는 기간을 현행 향후 10년에서 앞으로는 대출 만기 범위 내 60세까지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행정지도를 통해 변경된 LTV·DTI를 즉시 시행할 방침이다. 전산 시스템 등 개선 작업이 필요하지만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계획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LTV·DTI 규제 완화로 인해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부동산의 심리적 냉각을 막는데 도움을 주고 실수요자가 주택을 구입하기 쉬운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선상에서 볼 때 소득이나 자금력은 있는데 구매력이 부족하거나 살까 말까 고민하는 수요층이 있다. LTV·DTI 정책은 이들을 위한 플러스 요인이 분명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 대출 한도가 풀리면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에게 일종의 숨통을 트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 "LTV·DTI 정책이 주택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시장이 최악을 지났다는 시그널을 주는 동시에 부정적 인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인위적으로 수요층을 더 만들어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을 이사 철과 겹쳐 거래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가격 오름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가계부채 관리 강화해 부작용 대비해야" =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025조원. 그동안 LTV·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를 팽창시키고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은행과 비은행의 대출 한도가 같아질 경우 비은행 수요가 은행 쪽으로 이동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주택 대출에서 은행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고 이자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연구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은행으로 전환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규모는 연간 5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가계의 상환 능력 이상으로 급증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DTI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TV·DTI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를 어떻게 관리해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고 말했다.
구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주택 가격의 급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 차익을 내 대출금을 갚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원금을 조금씩이라도 상환해가면서 최종적으로 주택을 소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는 자산 형성을 통해 개인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장기적인 금융 안정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