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형평성 위한 제도…경제 활성화 목적 아냐"
이중과세 가능성 다분…"헌법서 허용여부 의문"
사내유보금 과세 도입여부가 사회적 이슈가 된 가운데, 재계 및 학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여기서 사내유보금이란 세금과 배당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남아있는 잉여금을 뜻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자기자본이 일정규모 이상인 법인이 거둔 이익의 일정부분을 투자·배당·임금증가에 활용토록 유도하기 위해 사내유보금 과세제도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
29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사내유보금 과세의 쟁점과 평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애초에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에서 고안된 것이 아니라는 태생적 한계에 주목했다.
유사한 제도를 운영했던 과거의 우리나라나 현재 시행중인 미국, 일본의 경우 주주의 배당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는 것.
미국은 기업이 탈세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15%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가 예시로 든 일본의 경우 동족회사(특수관계인이 소유한 회사) 주주가 배당소득세를 회피 할 때 세금을 부과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김윤경 연구위원은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배당소득의 부당한 유보를 통한 과세의 불평등성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세원확보 의미 외에는 실효성이 없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 재무구조와 투자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사내유보금 과세는 실질적으로 법인세율 증가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기업들의 해외이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을 전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진단은 제 살 깎아먹기"라며 원색적인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주주의 몫인 당기순이익 중 배당은 주주가 지금 시점에 가져가는 것이고, 사내유보금은 나중에 가져가는 개념이기 때문에 결국 같은 성격이라는 주장.
더불어 역사적으로 봤을 때 금융이나 통화, 수요 진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현 정부의 시도는 경제대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연 교수는 "규제완화와 조세제도 개편 등을 통해 기업이 투자할 만한 기회를 만드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결국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여 고용과 임금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 쪽 패널인 이승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원지원본부장은 국내 회사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보다 많은 토론을 통해 과세 제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투자, 배당 및 임금 수준 결정 등 기업의 경영의사결정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유례없는 제도"라며 "과세대상으로 삼을 유보이익의 범위는 충분한 논의 및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우리 기업들의 이익 성장동력이 저하되면서 단순히 유보금에 대한 압박만으로는 내수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기업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금리 등 다른 정책과의 공조방안을 모색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승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내유보금이 이미 법인세를 부담하고 남은 금액인 만큼, '이중과세'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법리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최승재 변호사는 "이중과세 허용에 대해서 우리 헌법이 이런 세제를 허용하는지 의문이 있다. 신중하게 볼 부분"이라며 "만일 실제로는 총합으로 하나의 세제로 보아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실제로 법인세율을 증가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기업환경의 악화를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