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화면 스마트폰에 맞서기 위해 4.7인치 및 5.5인치 아이폰6를 출시하는 것이 과연 스티브잡스의 ‘애플주의’에 반하는 것인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애플의 창업자이자 스마트폰의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한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을 강조하며 3.5인치 아이폰을 고집했다.
이러한 철학은 비록 0.5인치가 커져 4.0인치가 되었지만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5S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한손으로 사용하는 아이폰’이라는 광고를 계속했다.
하지만 2011년 10월 스티브잡스가 사망한 지 만 3년째가 되는 오는 9월 애플은 그간 유지해온 원칙을 허물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독무대나 다름없던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 애플이 아이폰6를 출시하면서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은 이제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곧 출시예정인 아이폰6는 4.7인치 및 5.5인치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폰들과 크기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애플의 한손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철학은 바뀐 것일까?
이에 대해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 애호가들은 “애플이 말을 바꿔 삼성을 따라하고 있다”며 “애플의 철학은 시류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라고 조롱한다.
이들의 조롱 혹은 비난이 맞는 말일까? 한편으로는 맞을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은 아이패드라는 태블릿을 팔기 위해서 대화면 아이폰을 만들 필요가 없었지만 스마트폰 후발주자인 안드로이드 진영은 차별화를 위해 대화면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했다.
다시 말해 애플의 ‘한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은 아이패드를 팔기 위한 구호에 불과하고 안드로이드 진영처럼 대화면 아이폰이 출시되었다면 아이패드는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처음부터 아이패드를 생각하고 3.5인치 아이폰을 고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이패드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아이폰의 작은 화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실제로도 애플 애호가들의 아이패드 구입으로 이어졌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진영이 값싼 고사양 태블릿 제품을 대거 시장에 출시하면서 굳이 값비싼 아이패드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아이패드 시장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발표를 보면 아이패드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애플의 입장에서 축소되는 아이패드 시장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했으며 결국 안드로이드가 지배하고 있는 대화면 시장에 진입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IT전문 매체인 PC월드의 벤 테일러 편집장은 ‘애플이 큰 화면의 아이폰을 만들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대화면 아이폰 출시는 단지 시장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선 스티브 잡스의 “큰 화면 스마트폰이 부족한 데이터를 감추기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는 사실과 다르며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가능한 큰 화면을 선호하지만 2007년 당시 애플에게는 기술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화면·고화소 스마트폰을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고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지만 애플은 고용량·고급 배터리는 물론 고화소 디스플레이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스스로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벤 테일러는 “스마트폰의 사양과 성능이 향상되면서 주 컴퓨터의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컴퓨터는 물론 TV의 역할까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화면은 필수적인 사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가 ‘한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면’ 크기를 주장한 것은 당시 상황에서는 잘 못된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이 우리의 궁극적인 컴퓨터가 된 현재 4.7인치 아이폰6는 당연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2003년 휴대전화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 뒤 2007년 아이폰을 출시했으며 사람들은 조그마한 화면으로 영상을 보는 걸 원치 않는다며 2005년 2.7인치 아이팟 비디오를 출시했다.
지난 2008년에는 500달러짜리 PC를 만들 능력도 없고 또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2010년 499달러짜리 아이패드 즉 태블릿PC를 만들었다.
2010년 10월 3분기 실적 발표 때는 이미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있는데 앱을 구현할 공간만 줄인 작은 화면의 태블릿PC는 잘못된 선택이라며 7인치 태블릿은 도착 즉시 사망할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2012년10월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를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애플의 ‘한손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기술적 한계를 숨기고 대체 상품인 아이패드 판매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4.7인치 및 5.5인치 아이폰6의 출시도 ‘애플의 철학’과 같은 거대담론이 아닌 단지 시장을 따라가는 전략으로 봐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