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자동차 보험료 할인·할증 '건수제'로 개편 추진
시민단체 "소비자 부담 늘고 손보업계만 배 불릴 것"
금융당국이 25년째 시행되어온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를 대폭 개선해 현행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전환키로 한데 대해 소비자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현행 사고 경중을 두어 보험료를 할증하는 점수제에서 사고건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증하는 건수제로 전환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경미사고에 대해 자비로 처리하는 일들이 늘어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21일 서울YWCA 시민중계실은 "이번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편방안은 보험원리와 소비자 후생 어느 쪽으로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최근 급증한 경미사고 보험지출을 줄이기 위한 외눈박이 개편이다"고 꼬집었다.
서울YWCA는 "자동차보험의 기본 목적은 사고에 대한 위험부담이지 무사고자 우대와 사고자 징벌이 아니다"며 "위험률에 따른 할인 할증은 필요하지만 사고결과에 대한 징벌로 여겨질 개편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번 개편안에서 당국이 사고 경중과 상관없이 사고건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증토록 하고, 보험료가 할인되는 무사고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약 2300억원의 할증이 발생하고 무사고자에게 보험료 인하(평균 2.6%) 혜택이 돌아가 보험사의 수입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YWCA는 "개편안은 자동차사고 건수를 줄이거나 예방하는 것과는 무관하며 통계에 잡히는 사고 건수는 왜곡일 뿐 실제 사고 감소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주차 부주의로 인한 손상이나 가벼운 접촉사고에 해당할 50만원 이하의 경미한 사고까지 보험료 할증대상이 되고, 건수 누적에 따라 할증폭이 커지기 때문에 100~200만원 정도의 사고조차 소비자의 자비처리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무사고자의 보험료 경감도 허상에 지나치다는 주장도 내놨다.
금감원에서 무사고자의 보험료 경감으로 80%의 가입자가 이익을 본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경미사고를 자비로 처리한 소비자일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YWCA 측은 "이번 개편안은 결과적으로 자동차보험시장을 왜곡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왠만한 교통사고는 소비자 주머니를 털어 자비로 처리하게 해 보험사의 보험금 지출을 감소토록 하겠다는 것이다"고 질타했다.
특히 잦은 사고를 낼 수밖에 없는 생계형 운전자에 대한 부담경감과 소비자들이 할증을 피하기 위한 자비처리 행렬을 어느 정도 막아줄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앞서 20일 금융소비자연맹도 "소액사고 운전자에 대해 보험료를 과도하게 할증시켜 할증 부담으로 소비자들의 자비처리를 유도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은 소비자들의 자비처리 부담을 증가시켜 손보업계의 이익만 늘리는 제도로 악용될 소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작년 9400억원대 영업손실이 발생한 자동차보험 시장을 구원하기 위해 당국에서 꼼수를 쓴게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금소연 이기욱 보험국장은 "자동차보험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경미한 사고임에도 과다하게 할증시켜 결국 소비자의 자비처리를 유도하고 할증보험료 부담만 늘어나게 할 것"이라며 "보험업계만 배 불리는 불합리한 제도로 특히 생계형 운전자의 경우 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