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3년 만에 재추진되면서 대규모 국책사업이 지나치게 정치논리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지역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김해공항의 항공수요(2013년 967만명)가 연평균 4.7%씩 증가해 2030년에는 216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연간 수요가 1678만명에 이르는 2023년부터는 활주로 혼잡이 시작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김해공항의 수요증가는 지난 2009년 이후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성장으로 항공시장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울산·포항·사천 등 나머지 4개 공항은 활주로 용량이 수요에 비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수요조사 결과 장래 항공수요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영남권 5개 지자체 간 합의를 거쳐 신공항의 입지, 규모, 경제성 등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위해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백지화한 신공항 건설을 박근혜정부 들어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을 사실상 시사했다.
이번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로 사실상 신공항 건설 재추진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관련 지자체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으나 신공항 유치경쟁에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검토 지시로 추진된 영남지역 신공항 건설계획은 부산 가덕도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으나, 최종 경제성 분석이 진행 중이던 2009년 대구·경부지역 지자체들이 밀양을 밀면서 지역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후 지자체 간 대립이 첨예화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했다.
신공항 건설 불씨가 되살아 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다시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다. 이후 지난 6.4 지방선에서 신공항 건설이 영남지역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가 불발되면 시장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남부권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은 밀양이 최적지라며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진행될 타당성 조사는 그리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5개 관련 지자체 간 검증 기준에 대한 합의를 거치겠다고 발표했지만 각 지자체의 입장이 판이하게 달라 사전타당성검토에 착수하기까지에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관련 지자체는 객관적이며 투명·공정한 입지 타당성 조사를 촉구하면서도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 갈등 조정을 위한 대승적 결단과 합의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지나치게 정치논리에 휘둘리며 추진과 취소를 반복하는 등 국가적 혼선을 빚고 있다며 수십조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승창 항공대 교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면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영남지역 내 항공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기존 공항의 터미널을 증축하고 활주로를 변경하는 등의 대안도 고려해볼 수 있는 만큼 신공항 건설 여부를 냉정하게 검토해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