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 녹아들어 전국 곳곳에 분산되어 있는 2만명 국세공무원들의 비리행위를 찾아내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는 국세청 '감찰(監察)'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이 폐지되는 것이 아니다.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이미지를 가진 감찰이라는 용어 자체를 없애고, 보다 순화된 명칭으로 변경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점으로 기존 감찰 조직 운영의 프로세스 또한 상당폭 변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임환수 국세청장은 취임 직후 감찰 조직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인사청문회 당시 언급한 조사 및 감찰 프로세스의 혁신 일환으로 명칭을 순화해 감찰이라는 단어 자체가 대내외에 주는 고압적인 이미지부터 개선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재 감찰 조직은 본청과 6개 지방국세청에 과(課) 단위, 계(係) 단위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본청에는 감찰담당관실과 함께 지난해 조직된 세무조사 분야 전담 감찰조직(세무조사 감찰TF)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주 업무는 국세공무원들의 비리행위 근절을 위한 활동은 물론 기본적인 복무자세 점검, 재산등록 등이다.
국세청의 업무 특성상 세무조사 및 세무민원 해결 과정에서 각종 청탁이나 금품수수 등의 유혹이 곳곳에 존재하며 고위직을 포함해 매년 적지 않은 수의 국세공무원들이 금품비리에 연루, 공직에서 추방되는 등 크고 작은 징계를 받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사고만 터졌다 하면 감찰 강화를 전면에 내세워 위기를 모면해 왔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재직 시절에는 4급 이상 고위간부들만 전담해 감찰하는 '특별감찰팀'이 조직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전 국세청장 본인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특별감찰팀은 해체됐다.
지난해 김덕중 전 국세청장 취임을 전후해 세무조사 분야에서 크고 작은 금품비리가 연이어 터지자 '세무조사 감찰TF'를 조직,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임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천명한 조사 및 감찰 프로세스 혁신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미있는 변화를 주기 위한 방법으로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감찰이라는 용어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복안을 토대로 실무진에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안팎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는 세무조사 감찰TF 운용 방식도 재검토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단순한 명칭 변경 수준을 넘어 감찰 조직 전반에 걸친 재설계 수준의 변화가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세청 감찰은 타 부처에 비해 지나치게 직원들의 머리 위에 올라서서 주어진 권한 이상을 휘두른다는 '눈총'을 받아왔다. 최근에도 경조사를 알리는 것까지 '뱁새눈'을 뜨고 접근하는 일부 감찰 직원들의 독단적 횡포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현재 검토 중이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안 및 명칭 변경과 관련한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오는 10월 중 대내외에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