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대한 금융권의 골 깊은 불신이 14년만에 금융권 총파업을 불러왔다.
3일 가을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와중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6만5000여명(금융노조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사전 예고한 총파업을 단행했다.
지난 2000년 7월 이후 14년만에 금융권 총파업이 재현된 것이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에 따른 은행간 인수합병이 최대 현안이었다면 이번 총파업의 명분은 관치금융 철폐다.
이날 금융노조는 총파업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더이상 관치금융으로 금융산업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금융노동자들의 고통을 방관할 수 없기에 오늘 하루 역사적인 총파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은행에까지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로 채워서 금융기관을 입맛대로 주물러 왔고, 낙하산 금융기관들은 시스템의 안정성과 조직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각종 정책에 동원되어 잠재적 부실을 키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금융노조는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대책은 4대강 사업 등 지난 정권의 정책실패로 공기업이 떠안은 막대한 부채와 국민적 비난을 공기업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정책이다"고 비판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관치금융 하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교섭태도로 일관했다"며 "금융노조는 금융산업 전반에 만연한 관치금융의 그늘 아래 금융산업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정부의 반노동 정책 아래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이 위협받는 현실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노조는 그동안 외환은행 노사정 합의 준수, 금융공기업의 무차별 복지축소 반대, 은행권의 강압적인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해 왔지만 사측과 정부는 오늘 이시간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오늘로 파업이 끝나는게 아니며 9월말까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 3차 등 무기한 총파업으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조기통합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겪고 있는 외환은행 지부는 총파업 참여와 별도로 오전 11시 KBS스포츠월드(옛 88체육관)에서 임시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조기합병에 대한 직원들의 투표를 진행키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