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변호사 등록 5300여명↑···수습 떼도 월급 300만원 선
“변호사 인기 하락하자 로스쿨 그만두고 진로 변경” 분석도
로펌·판검사 진출 어려운 지방 로스쿨생은 ‘서울로 갈아타기’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졸업 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도 과거처럼 고소득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지방대 로스쿨생이 서울 유명 로스쿨로 갈아타기 위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는 ‘출신 대학 갈아타기’도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석천 충북대 로스쿨 부원장은 “로스쿨 입학자 가운데는 회계사나 약사·의사 면허를 가진 학생도 많다”며 “로스쿨 초창기에는 지방 로스쿨에서 서울로 갈아타려고 자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로스쿨을 그만두고 본업으로 돌아가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고소득 보장 힘들다”… 로스쿨 자퇴생 늘어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09~2013년)간 연세대(22명)·한양대(23명) 로스쿨에서 20명이 넘는 학업 중단자가 발생했다. 로스쿨을 통해서만 매년 약 1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변호사 자격이 곧 고소득을 보장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국내 변호사 수는 로스쿨 출신이 본격적으로 법률 시장에 진출하면서 대폭 늘었다. 로스쿨 1기생이 졸업하기 직전인 2011년 1만2595명이었던 변호사 수는 올해 1만7914명으로 3년 만에 5319명이나 증가했다. 법조계에서는 통상 로스쿨을 졸업한 뒤 실무 수습 중인 변호사는 월 150만원, 실무 수습을 마친 변호사는 약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로스쿨에 대한 인기도 하락하고 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해 치러야 하는 올해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 지원자 수는 지난해(9126명)에서 388명 감소한 8788명으로 집계됐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로스쿨은 3년간 연평균 1500만원이 넘는 학비를 지불하지만 졸업 후 변호사 자격을 얻어도 취업·진로가 불안하기 때문에 로스쿨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방→서울 ‘로스쿨 갈아타기’도 여전
수도권 지방 로스쿨을 다니다 서울 유명 로스쿨로 옮기려는 인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판·검사 임용이나 대형 로펌 채용에서 지방 로스쿨 출신이 불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도권 로스쿨을 졸업해야 취업이 잘되기 때문에 등록금을 좀 더 많이 내더라도 서울로 올라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변호사 채용시장에서는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출신은 ‘성골’, 지방 로스쿨 출신은 ‘육두품’이란 자소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4월 로스쿨 1~3기 졸업생들의 3년간 검사 배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임 검사의 절반이 ‘SKY 대학’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경북대(3명)·강원대(2명)·전북대(2명)·영남대(1명)·전남대(1명) 등 지방 로스쿨 중에선 한 해 한 명 이상의 검사를 배출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방 로스쿨을 나와 대형 로펌에 입사하는 일은 더 어렵다. 법률신문이 지난해 김앤장·태평양 등 국내 10대 로펌에 취업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 100명을 분석한 결과 SKY 출신은 72%에 달했다. 반면 부산대·경북대·전북대·전남대 등 지방 로스쿨 출신은 고작 7%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변호사법 18조에는 불합격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시험 성적에 따른 로스쿨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오히려 이 때문에 ‘실력’보다는 출신 로스쿨의 ‘간판’에 따라 채용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장석천 부원장은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로펌 등에서 변호사를 채용할 때 능력보다는 간판을 보는 것”이라며 “시험 성적을 공개해 지방 로스쿨 출신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