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 따르면 증여에 의해 재산을 취득하는 시점에 과세요건이 충족, 납세의무가 발생하게 됩니다.
부모가 자녀 명의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증여가 발생하는 시점이 '증여에 의해 재산을 취득'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입금과 동시에 증여가 성립한다고 볼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국세청 예규(재산세과-1005, 2009.12.10.)는 "증여목적으로 자녀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해 현금을 입금한 경우 그 입금한 시기에 증여한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지만, "입금한 시점에서 자녀가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아니한 때에는 당해 금전을 자녀가 인출하여 실제 사용하는 날에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녀명의 예금계좌를 개설해 입금한 자체가 증여로 단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녀명의 예금계좌에 입금한 때 그 금전을 자녀에게 증여했는지 여부는 재산을 증여받은 자가 세무서에 제출하는 증여세 신고서 등 객관적인 증빙 및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최근 이와 관련된 심판결정이 조세심판원으로부터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사별한 남편에게서 상속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신고하다가 갑작스레 증여세를 물게 된 한 여인의 사례입니다.
□ 남편이 물려준 것은 재산만이 아니었다 = A씨는 남편을 여읜지 얼마 되지 않은 미망인입니다. 그녀는 남편이 물려준 재산을 상속하고 과세관청에 상속세 신고를 했는데요.
하지만 과세관청은 A씨의 남편이 과거에 아버지로부터 현금을 증여받고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제보를 입수한 뒤 조사에 착수했고, A씨에게 해당 금액의 증여세를 결정·고지했습니다.
남편이 내야했던 증여세를 자신이 내게 된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조세심판원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습니다.
A씨의 주장은 간단했습니다. 남편은 이미 고인이 되어 실제로 증여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고, 입금 그 자체만으로 증여가 있었다고 확정하기 어렵다는 근거로 국세청 예규(재산세과-1005, 2009.12.10.)를 들었습니다.
A씨는 "금액이 계좌에 입금된 시기가 아니라 사용 시점에 증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사용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과세했으므로 증여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A씨의 시아버지가 남편의 계좌로 송금한 사실이 확인될 뿐만 아니라, A씨가 해당 계좌의 금액을 남편에게서 상속받은 상속재산으로 신고했다"며 A씨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 심판원 "증여가 아니라는 사실, 납세자가 증명하라" = A씨가 주장의 근거로 든 국세청 예규에도 불구하고 심판원은 과세관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시아버지에게서 남편 명의의 계좌로 금액이 입금된 것이 과세관청에 의해 확인된 이상 그 예금은 납세자게에 증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이 증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납세자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심판원은 "A씨가 해당 금액을 상속재산으로 신고한 점,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는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과세관청이 해당 금액에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서23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