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건축물 관리 예산 편성 안 돼…취약계층 복지도 대폭 삭감
늘려도 모자랄 판인 저소득층 복지와 안전 관련 예산이 최종 정부안에서 대폭 깎이거나 아예 반영자체가 안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대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 국토부, 미우나 리조트 붕괴 잊었나…노후건축물 관리예산 편성조차 안 해 = 내년도 국토교통부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규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던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에 대한 '취약건축물 안전점검 사업'과 '공사 중단 장기방치 건축물 정비지원'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1일 2015년 국토교통부 예산안을 분석한 후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와 올해 초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등 대형 인명피해를 입은 역사가 있음에도 주무부처가 이렇다 할 대책과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취약건축물 안전점검 사업을 벌여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0년 이상의 다세대 주택 2260동과 연립주택 2648동에 대한 육안점검과 정밀점검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또한 취약건축물 안전점검 사업 구상안에는 안전점검뿐 아니라 '관리자 교육훈련 및 대국민 홍보'와 '안전관리 매뉴얼 작성'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예산들도 삭감됐다.
이 의원은 노후건축물에 대한 안전관리 예산이 삭감된 것과 관련해 "마우나 리조트와 세월호 참사이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정부가 또 다시 우리 국민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오래된 건축물, 특히 다가구‧연립주택의 경우 노후화로 인해 안전에 취약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공사 중단으로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 역시 붕괴 위험과 동시에 우범화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후주택과 방치 건축물에 대한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 편성은 물론 중·장기 플랜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복지부, 대통령 공약인 영유아·노인복지 예산 대폭 삭감 = 이와 함께 내년 복지 관련 예산 비중이 전체 예산 대비 30%를 돌파했지만 취약계층과 저출산 관련 복지예산은 대폭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아이스버킷 열풍에도 예산이 삭감된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지원 사업을 비롯해 저체중아를 위한 신생아집중치료실 지원비와 박근혜 정부 공약인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양육수당, 노인의치틀니 지원, 암환자 지원 등에 대한 복지예산이 1,357억원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체중 아기의 치료실 마련을 위한 신생아집중치료실 지원 내년 예산이 86억 4000만원으로 올해(107억 800만원)보다 20억 6800만원 삭감됐다. 저체중아 발생률은 2000년 3.8%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는 5.5%로 나타났다.
영유아 사전·예방적 건강관리와 노인건강관리 예산에서도 31억4900만원이 삭감됐다. 영유아 사전·예방적 건강관리 사업은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신생아 및 영유아의 선천성 장애 여부를 조기 검진하는 사업으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17억4900만원이 삭감됐다. 또한 치매나 백내장 등 노인 질환 진료비 지원해주는 노인건강관리 예산도 올해 대비 11억3,500만원 깎였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인 국공립어린이집확충과 양육수당, 노인의치틀니지원, 암환자 지원 등에 대한 예산도 21억9,900만원 줄어들었다. 양육수당 역시 지원 대상인원을 올해 101만2,000명에서 내년 91만9천명으로 9만3,000명 줄여 예산을 편성하는 바람에 2015년도 예산이 1,135억5100만원 삭감했다.
노인의치틀니지원 사업과 암환자 지원 사업은 4대중증질환 보장성확대 및 노인틀니 급여화에 따라 각각 67억600만원, 50억4,800만원을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취약계층 복지예산 삭감에 대해 "정부가 복지비중 30%를 넘어섰다고 홍보해놓고 취약계층 예산을 줄줄이 삭감했다"며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 때 줄였던 법인세 감세를 다시 회복시키는 등 조세정의에 맞는 세제개편을 통해 세입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