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1일 단기간에 임금협상을 잠정 타결함에 따라 다른 자동차 노조의 파업과 전체 노동계 파업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은 물론 국내 최대 사업장인 만큼 현대차 노사의 초스피드 타결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 노사의 타결에 대해 "합의를 중시하는 새로운 노사관행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크게 반기면서도 산업발전기금, 주5일제 등과 관련해 갈등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 무엇을 주고 받았나
임금인상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거의 대부분 수용했다. 노조는 정규직의 임금인상을 사측 요구안인 기본급 7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생산성 향상 비용 포함시 9만5000원)을 수용하는 대신 비정규직의 기본급 7만6000원 인상을 얻어냈다. 노조측은 당초 12만7171원을 요구했었다. 노조는 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것 역시 철회했다.
성과급의 경우 300%에 일시금 100만원을 추가했고 여기에다 사측이 지난 5월말 품질본부 직원들에 지급했던 포상금(100%)를 전 직원에게 확대지급하기로 해 사실상 지난해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노사 양측은 또 노조가 요구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해 이 제도를 추진하기 위한 노사추진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사측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갈등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노사는 산업발전기금과 관련해 단기 봉합 수순을 밟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와 금속연맹 자동차분과위원회의 추후 협의결과를 준수하자는 원칙론에 합의한 것. 하지만 KAMA는 이에 대해 "노조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갈등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노사는 주5일제와 관련한 내용도 이번 임금협상에서 일단 제외한 뒤 장기 과제로 검토하자고 합의했다. 일단 지난해 합의해 시행하고 있는 단협안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 하지만 회사측은 여전히 주5일제 실시와 생산성 향상을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노조측은 '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제 실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타결의 성과
현대차 노사는 잠정 타결 직후 일제히 "적극적인 협상을 추진해 빠른 시일에 타결한 것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5일간 파업은 3일 부분파업에 그쳤던 지난 1995년 이후 가장 짧은 파업이다. 지난 1994년에는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무분규 타결에 성공했었다.
신속한 타결로 현대차는 파업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5일간 파업에 생산손실 1만8994대, 매출 손실 263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사측은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가 47일간 장기파업을 하는 바람에 생산손실 10만4895대, 매출손실 1조3106억원이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올해 매출손실은 지난해 대비 20% 수준이다.
이번 교섭에서 노사는 '신속한 교섭진행'이란 관행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임단협은 28차례 협상을 거치면서 신경전을 거듭했으나 이번에는 14차례 협상에 그쳤다. 노조는 본교섭 초기부터 '파업과 교섭을 병행한다'는 원칙 아래 사측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천수 현대차 사장은 타결 직후 "이번 협상을 계기로 급변하는 국내외 자동차 시장환경에서 생존의 절대요건이 되고 있는 생산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현대차는 수출 확대로 국가 경제성장에 밑거름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