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선 기업은행'. 최근 기업은행 직원들의 착잡한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은행 노동조합 41주년을 맞아 홍완엽 위원장은 2일 오전 사내방송을 통해 "IBK노동조합의 41년 역사의 걸음에서 우리는 잠시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 섰을 뿐이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홍 위원장은 "정부는 공기업 가짜정상화 지침에 굴복시키기 위해 임금동결, 초과업적성과급 미지급, 사내근로복지기금 미출연 등 갖가지 수단으로 압박해 왔다"며 "이런 압력에 300여 공공기관이 모두 합의를 마쳤음에도 IBK를 포함한 금융노조 산하 6개 금융공기업은 저항해 싸워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기 합의된 기관에 추가요구사항을 쏟아내는 비정상적인 정부의 행태에 금융노조는 추가 복지축소를 막아내고 사측의 대안을 최대한 끌어내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없었다"며 "정부의 55개 항목 이외에는 추가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대안마련에 은행측이 노력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믿고 지난 9월 30일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2차 총파업을 유보하고 교섭을 진행해 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을 직원들에게 설명한 것이다.
홍 위원장은 "이런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다"며 "투쟁의 과정에서 우리는 IBK 노조 역사에 최초로 9.3 부분 파업을 이끌어 냈고, 5000여 조합원이 하나되어 복지축소 저지를 외쳤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직원들의 참여와 연대가 없으며 우리가 쌓아온 임금과 복지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며 "오늘 노조의 41번째 맞는 생일은 현 상황을 고려해 내부행사로 조촐하게 치르겠다"고 전했다.
이날 사내방송이 전해지는 내내 기업은행 내부는 삭막한 듯 고요했다.
기업은행은 올 상반기 상반기 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 등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61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상당히 시장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국세청 세무조사 등이 잇따라 터지고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로 직원 복지규모가 대폭 축소될 위기에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최대 주주는 59.9%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총 2052억원(1주당 330원)의 고배당(은행권 최고 배당성향 25.3%)을 챙겨 눈총을 사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