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법에 ‘과점주주 간주취득세’라는 제도가 있다. 회사의 주식을 50%이상 취득하여 과점주주가 되면 그 회사 보유 부동산을 과점주주가 직접 취득한 것으로 보아 취득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한편으론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면 소유권은 신탁회사로 넘어가는 신탁제도가 있다.
그렇다면 보유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겨둔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여 과점주주가 된 경우에도 과점주주 간주취득세를 물어야 하는 것일까.
대법원은 최근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신탁회사에게 담보신탁한 이후 주주가 주식을 50%이상 취득하여 과점주주가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탁회사가 그 부동산을 소유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과점주주에게 간주취득세를 물릴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신탁은 영국과 미국의 법률에서 유래한 제도로 우리나라의 다른 법제도와 비교할 때 매우 독특한 성격을 가진다. 위탁자가 신탁회사에게 부동산을 신탁하면 신탁회사는 그 부동산에 대하여 대내외적으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다만, 신탁회사는 신탁계약이 정하고 있는 내용에 따라 그 부동산을 관리·운용해야 한다. 신탁계약이 종료되면 신탁회사는 위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관리·운용으로 발생한 수익을 지급한다.
이처럼 신탁은 형식적으로는 신탁회사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위탁자가 부동산의 관리·운용 방법을 결정하고 그 과실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계약관계와 구분된다. 이에 따라 이러한 특성을 지닌 신탁을 세법상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기존부터 많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간주취득세 과세와 관련하여 회사가 신탁회사에게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신탁한 경우 누가 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이다. 형식적으로는 신탁회사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위탁자인 회사가 이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취득세 납세의무자를 판단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따라서 간주취득세 역시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기존의 법리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납세자나 과세관청이 간주취득세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를 미리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동일한 경제적 실질에 대하여 다르게 과세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담보신탁의 경제적 기능은 경제적으로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부동산을 담보신탁한 회사의 주식을 50%이상 취득하는 과점주주와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회사의 주식을 50%이상 취득하는 과점주주가 각각 부담하는 간주취득세가 서로 달라지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형식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면, 담보신탁의 경우 부동산의 소유권이 신탁회사에게 이전되므로 과점주주에게 간주취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반면, 저당권의 경우에는 부동산의 소유권이 원래의 회사에 남아 있으므로 과점주주에게 간주취득세가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간주취득세 납세의무를 판단한다는 법리가 확립될 경우, 납세자가 신탁을 통해 손쉽게 간주취득세 납세의무를 회피하려 할 유인을 가지게 되는 것도 문제이다.
이번 판결은 신탁회사가 신탁된 부동산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완전한 소유권을 보유한다는 이유를 들어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신탁부동산의 보유자를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결의 태도는 취득세와 관련하여 일관된 법리를 적용한다는 점과, 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이 명확하게 납세의무를 알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일응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신탁은 우리나라의 기존 법 체계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를 일률적으로 기존 법리에 맞추는 것은 자칫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신탁이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신탁에 대해 세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에는 그러한 법리가 향후 신탁과 관련된 제반 경제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먼저 깊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4.9.4.선고 2014두3626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