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좋아하는 스타일. 남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판단에 도움이 될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일처리 원칙을 갖고 있다.
그를 '신중한 성격의 합리주의자'로 부르는 이유도 이같은 '업무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주변의 평. 지난 2009년 국세청과 심판원간 인사교류를 통해 심판원에 입문, 행정실장을 거쳐 지난 2011년 10월, 고위공무원 승진과 함께 상임심판관에 인선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심판결정례는 부부간 증여세를 놓고 벌인 다툼 2건의 사례라고.
기각결정이 내려진 사건의 청구인은 유명 운동선수의 부인. 자신 명의로 집을 사면서 대출금은 금융기관여신업무처리규정상 남편 명의로 대출받았는데, 국세청은 부인의 소득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대출금을 포함한 취득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사건이었다. 부인은 대출금이 실제 본인의 대출금이므로 주택 취득자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국세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심판결정도 국세청 입장을 지지해 기각했다.
"청구인 입장에서 보면 완전한 자기 것도 아니고 부부의 공동생활에 쓰는 주택에 관한 것이니 억울한 점도 있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반면, 인용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20년 이상 부부생활을 한 부인에 대한 과세. 집을 사면서 먼저 부인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가 사업을 하는 남편 명의로 대출명의를 전환했다. 대출이자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고 부인은 대출금을 남편으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심판관회의를 통해 인용결정이 내려졌다. 그는 "두 사례가 비슷한 케이스 처럼 보이지만 사실관계의 미묘한 이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났다"며 "심판관들이 항상 열린 마음으로 사건을 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설계회사 소속 근로자가 1억원 어치의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가 증여세 14억원을 부과받은 사건은 심판원의 판단에 따라 구제 받았다.
사건 주심이었던 그는 "과세관청으로서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청구인 입장에서는 증여받은 이익이 없는 것으로 결정이 나왔다"며 "만약 심판원에서 기각됐다고 해도 법원에서 구제될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법원으로 가서 구제 받더라도 그 과정에서 수년의 세월과 많은 경비가 소요될 것"이라며, "심판원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사례였다"고 회고했다.
성경 구절 중 하나인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생활한다고 한다. 선한 얼굴에 엷은 미소가 매력적인 엄 심판관에게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이유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 때문.
최근 늘어난 업무량 때문에 주말에도 거리를 집에 싸들고 갈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아내의 핀잔에도(?) 불구 집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못한 경우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재판관 역할을 해야 하는 상임심판관으로서 고충도 적지 않다. 사건을 검토하다보면 불쌍하긴 한데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경우 심적 갈등이 적지 않다는 것.
주말 오후 집 근처인 광교를 산책하면서 심신을 달래곤 한다고. 늘어난 업무량과 각각의 사례에 대한 구체적이고 타당한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고민으로 피로한 심신을 달래는데는 자연이 주는 위로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행정고시(32회) 합격 후, 국세청 부가가치세 및 국제조세 법령해석 분야에서 사무관 생활을 했으며 중부지방국세청 법무과장, 조세심판원 조사관, 행정실장을 거치는 등 공직생활 대부분을 '세법'과 함께 한 정통 조세관료다.
최근 바쁜 업무일정에도 불구하고 틈틈히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라는 전언.
[약력]
▲1963년 ▲경남 창녕 ▲서울대 공법학과 ▲美 워싱턴대 법학석사 ▲행정고시 32회
▲국세청 국제조세국, 법인납세국, OECD 사무국, 제천세무서장, 국세청 정보개발1담당관, 중부지방국세청 법무과장, 조세심판원 조사관, 조세심판원 행정실장,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