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가방 털어 '세수(稅收)' 만드는 관세청(?)

'목표세수' 정해놓고 여행자 휴대품 전방위 검사

관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여행자 휴대품 '목표세액'를 설정하고 검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기업을 대상으로 세금(관세)탈루 여부를 조사하는 심사국 등 직접적으로 세수에 관여하는 부서에서는 세수목표치를 정하고 활동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관세청이 일반 여행자들을 상대로 소위 '세수 쥐어짜기'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6일 관세청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가 최대 국정과제로 떠오르자 관세청은 세수확보 차원에서 여행자 휴대품 검사 분야에서 목표세수를 정하고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채우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지난해 인천공항세관의 여행자 휴대품 목표세액을 230억원 수준(개인 간이통관)으로 책정했으며 추징세액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자 올해 목표치는 270억원 수준으로 상향조정했다는 것이 복수의 일선 세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관세청은 이 같은 목표세액을 내부망인 성과관리지표(CMP)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소수의 관계자들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의 이 같은 방침에 일선 세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목표세액이 설정되면서 일선 세관 직원들과 여행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민원제기 등 현장 직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세청(본청)은 지난해 실적에 고무, 올해 목표치를 상향조정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기업을 상대하는 것과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세수확보는 엄연히 다른데도 관세청이 일방적으로 목표치를 일선에 하달하면서 현장 직원들은 매일 같이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 "휴대품 검사 왜 강화됐나 했더니…" = 지난해부터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돈 소문 중 하나가 여행자 휴대품 검사가 강화되면서 너도 나도 세금을 물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명품을 주로 구매하는 20~30대 신혼부부들과 젊은층을 타깃으로 세관이 검사를 한층 강화했다는 소문이 떠돌았으며 심지어는 과거였다면 모른 척 넘어갔을 법한 주류나 담배도 칼 같이 잡아낸다는 것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였다.("'신혼부부' 노리는 관세청?…20~30대 명품구입 주의보" 조세일보 2013년 6월17일字 참조)

당시 관세청은 여행자 휴대품 검사를 강화한 것은 맞지만 20~30대 젊은층 등을 타깃으로 정해 검사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었다. 하지만 실제 일선 세관 현장에서는 이 문제로 민원이 폭주하는 등 문제가 곪아가고 있었다는 것이 현장 직원들의 전언이다.  

일선의 한 직원은 "기업에 대해선 조사를 강화해도 불만은 있을지언정 대개는 이해하고 넘어간다. 기업인들은 조사를 받고 세금을 추징당하는 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이런 시스템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를 못한다. 왜 나만 잡느냐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현장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목표세액 때문이다. 일반 여행자들을 상대로 세금을 얼마나 긁어모을 수 있겠냐"라며 "그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예전에는 눈 감아주던 것도 다 세금을 부과하니 여행자들은 여행자들대로 불만이 쌓이고 그 불만과 항의를 들어야 하는 현장 직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 힘들게 달성했더니 올해 상향조정? = 현장 직원들이 더욱 힘들어하는 것은 올해 목표치가 크게 상향조정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목표세액이었던 230억원도 힘들게 달성한 것이지만 목표치를 110% 정도 초과달성하다보니 관세청(본청)에서는 목표세액을 크게 늘려잡았다는 후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세관의 여행자 휴대품 추징세액은 2010년 235억1100만원에서 2011년 272억2600만원, 2012년 349억9300만원, 2013년 469억9100만원으로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개인 물건만 가져오는 여행자들 외에 회사(상업)용 물품을 가져오는 여행자들의 적발실적까지도 포함된 수치이다.

여행자가 개인이 사용할 용도로 가져온 물건이 인천공항세관에 적발, 추징된 세액은 2011년 135억4600만원, 2012년 184억700만원, 2013년 256억원, 2014년 8월 181억3300만원이었다.

2012년에 비해 2013년 개인 간이통관 추징세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해외명품을 구매하는 여행자들이 크게 늘면서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에선 여행자 휴대품 검사 목표세액을 직원들에게 배분해 1인당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할당하면서 직원들이 그 할당액을 채우기 위해 다소 무리할 정도로 노력한 결과라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올해 목표세액을 지난해보다 40억원 많은 270억원으로 설정하면서 일선 직원들은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세수여건이 좋지 않은데다가 올해 교황 방문과 인천아시안게임 등 국가적으로 큰 행사가 연달아 개최되면서 사실상 세수확보를 목표로 한 휴대품 검사는 힘들다는 것이 현장 직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최근 관세청에서도 현장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최근 40억원 정도 목표치를 하향조정해 일선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만 목표세액에 대해선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행자 휴대품 목표세액에 대해선 과거부터 존재했으며 지난해부터 목표세액이 새로 설정됐다는 일선 직원들의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 현장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관세청 관계자는 "세입기관이다보니, 목표세액이 있는 것은 맞지만 목표세액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며 "다만 올해 여러가지 행사가 있어 목표세액을 낮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