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4월 22일 발표한 `2003년 농가경제조사'에 적지않은 통계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통계청은 그러나 이를 확인한 뒤에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수습하지 않아 국가 통계기관으로서 통계 오류로 인한 공신력 실추뿐만 아니라 사후 대처에서도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통계청의 당초 발표로는 지난해 가구당 평균 농가 소득은 연간 2654만3000원이고 작년말 현재 가구당 평균 농가 부채는 2697만1000원으로, 지난 62년부터 매년 실시된 이 조사에서 사상 처음 연말 부채가 연간 소득을 앞질렀다.
다시 말해 농민들은 1년을 열심히 일해 쓰지 않고 모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보도가 됐으며 추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앞두고 근심에 싸여있는 농민들의 사기를 더욱 꺾었다.
그러나 수정된 수치는 지난해 농가소득이 2천687만8천원으로 당초 발표치보다 33만5천원(1.26%)이 많고, 연말 농가부채는 2천661만9천으로 35만2천원(-1.3%)이 적어 아직은 연간 소득이 부채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은 사후 세부 집계과정에서 이처럼 차이가 큰 오류를 발견하고도 대외에 공표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공식 홈페이지에 흔한 안내문이나 사과문조차 올리지 않았다.
이 통계는 농업분야에서는 도시근로자 가계수지에 해당되는 것으로 농업정책에서는 손에 꼽힐 만큼 중요한 통계다.
통계청은 다만 공식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코너에서 당초 발표된 자료를 삭제하고 주로 전문가들이나 찾는 인터넷 통계정보시스템(KOSIS)의 데이터를 지난 6월하순 수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 또는 농민단체의 인터넷 자료실에는 아직도 통계청의 잘못된 통계가 올라 있으며 `구렁이 담 넘듯이' 넘어가려는 통계청의 태도로 인해 각 기관과 단체에서 잘못된 통계가 사용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유관부처인 농림부에는 알렸으며 조만간 수정치가 반영된 공식 책자가 나올 예정"이라며 "원래 매년 5월 발표하는 통계였으나 이를 앞당기는 과정에서 연말과 연초의 대비 등 집계에 다소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2001년에도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를 토대로 산정해야 하는 실질임금을 생산자물가지수 기준으로 약 1년간 집계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