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금융보험 업무본질 여부로 부가세 해당 여부 판결
정부, 본질적인 용역 외 부가세 과세 원칙…현장은 와글
금융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문제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 조차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세에 대한 난제들에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었다.
14일 금융조세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조세포럼(회장: 김도형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금융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판례 검토'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송상우 법무법인 율촌 회계사는 "금융보험 용역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과세가 맞는지 명확하게 결론내기 힘든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실 금융보험 용역에 대한 부가세 논쟁은 2013년 7월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통해 금융보험 용역에 대한 면세혜택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공론화됐지만 아직까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무적인 난제들이 수두룩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부에서는 구체적으로 금융은 '자금을 융통·조달하는 업무', 보험은 '위험 이전·공동 분담하는 업무'가 '본질적인 용역'이라고 정의하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용역에는 부가세 과세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는 것이다
송 회계사는 "최근 법원에서는 복권판매대행용역, CD/ATM 설치 및 관리용역, 보험조사용역 등과 관련된 소송에서 해당 용역이 은행이나 보험업의 본질적 요소인지를 판단해 면세대상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2월 대법원에서는 한국주택은행을 원고로 한 복권판매대행 관련 재판에서 "복권판매대행용역은 그 성질상 본래 의미의 은행업무나 그에 필수적으로 부수되는 업무가 아니다"며 "본래 의미에서 벗어난 용역은 금융보험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는 지난 1999년 3월 이후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복권발행을 해온 것을 부과세 면제 대상인 금융용역으로 분류하지 않겠다는 판결이다.
또 대법원은 지난해 8월 CD/ATM 설치 및 관리용역이 수납 및 지급대행용역에 해당하는지와 관련된 소송에서 "수납 및 지급대행용역은 고유한 의미의 은행업무 외의 것으로서 수납 및 지급의 대행업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좀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지난 2000년 12월 대법원은 보험조사용역과 관련된 판결에서 "보험조사업무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경우에는 면세대상인 보험업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부가세법 시행령 제33조 제2항의 면세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 송 회계사는 "최근 금융기관들이 전산이나 조사 등 자기가 하던 업무를 일부 떼어내 용역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코스트만 늘어날 수 있다"며 "외국에서는 연결부가세 제도를 통해 (업체 내부거래에 국한될 경우)거래가 없는 것으로 처리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있는데 우리도 이런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회계사는 금융용역에 부가세 대신 교육세를 걷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무리하게 부가세 추진을 할 경우 거래징수당한 매입세액에 의해 부가가치세액을 납부 및 환급하도록 하는 매입세액공제 등을 통해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도 금융용역에 대한 부가세 문제에 상당한 난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전 국세청 납세자보호관)는 "미국에서는 부가세 자체를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라면서도 "부가세에 대한 논리개발이 쉽지 않은데 금융보험의 경우 국경을 넘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과세 방향을 정할 때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택배 등의 경우처럼 누가 제공하는가에서 용역의 내용으로 과세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 입장에서 복잡한 금융용역을 다 파악하고 과세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금융용역에서 면세 혜택이 안되는 것을 열거하고 그걸 빠져 나가는 것이 나오면 안테나를 세워 쫓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현실론을 제기했다.
양중식 펀드온라인코리아 이사는 "금융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부가세 면제가 오히려 불리한 점도 많이 있다"며 "만약 금융기관이 책상을 외부에서 산다고 해도 부가세 적용을 받는 기업에 비용을 납부하고 환급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단위의 납부 환급제도를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구상수 회계사는 "OECD 평균 부가세가 18%를 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10%에 그치고 있는데 세수 목적으로 부가세 논의가 되면 시장과 민간인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금융보험의 본질적인 업무 외에 나머지 용역에 과세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본질적인 부분은 무엇인지부터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