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에서 진행된 관세청 국정감사는 국세청 국정감사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맥빠진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해외직구 급증으로 인한 관세청 인력난, 면세한도 인상에 따른 재벌 특혜, 행정소송 패소 등 기존에 언론이 보도된 다소 '식상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관세청 퇴직 직원의 재취업, LG CNS의 단독입찰 등 관세청의 폐부를 찌르는 질문도 등장했으며, 특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의 관례적인 관세청장 취임에 대한 질문은 김낙회 관세청장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 "기재부 세제실장하면 무조건 관세청장 되는건가?"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사진)이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이 잇따라 관세청장으로 가는 관행을 비판하며 한 발언이다.
관세청은 1970년에 개청한 뒤로 지금 청장까지 포함해 총 27명이 있어왔는데 관세청 내부에서 청장으로 승진한 이는 5명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누구도 국감장에서 직접적으로 거론한 일이 없는 기재부 세제실장의 관세청장 낙하산(?)을 지적한 신 의원은 김 청장에게 직접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이냐"라고 질문까지 해 김 청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 "언제부터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 관세청장이 전경련에 동화됐나"
해외여행 면세한도가 400불에서 600불로 늘어남에 따라 그 혜택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등 재벌에게로 대부분 돌아간다고 지적하며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사진)이 한 말.
홍 의원은 "면세한도 혜택을 반대할 때 당시 세제실장이 당신(김 청장)"이라며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언급하니 정부가 갑작스럽게 면세한도를 올렸는데, 여기가 재벌공화국인가 국민을 위한 공화국인가"라고 비판했다.
□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나"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사진)이 수입화물 검사비율과 적발률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자 관세청 직원이 "조명철 의원실은 다른 의원들이 요구하지 않는 자료를 요구하냐"고 핀잔을 줬다는 말에 조 의원이 모욕감을 느꼈다며 국감장에서 한 발언.
조 의원은 관세청 직원이 "국감장에서 자료 안준다고 하시던 말던 국감에서 알아서 하세요"라고 말했다며 "담당자를 불러오라"고 항의했고 김 청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거나 "교육을 철저히 시키겠다"고 답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 "만나겠습니다"
올해 설립된 관세청 노조에 대해 김 청장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만나본 적도 없다고 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사진)이 "노조를 만나서 어떤 주장이 있는지 살펴보라. 한번도 안 만나는게 될 일인가?"라며 쓴소리.
이에 김 청장은 "만나겠습니다"라고 짧고 굵은 답을 했다.
□ "해외물품을 그렇게 꼭 싸게 구입해야하나"
최근 관세청이 인터넷 직구(직접구매) 절차를 간소화한데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며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사진)이 한 말.
해외직구는 최근들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데, 이를 악용해 개인 명의로 물건을 들여와 불법 판매를 하고, 마약구매 등에 이용돼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
나 의원은 "해외직구를 구태여 간소화할 필요가 있나"라면서 "이것 때문에 탈세, 마약밀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대전에서 오셨으니 살살하겠다"
대전 서구을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사진)이 세종시에서 상경한 관세청장에게 같은 지역임을 강조하며 질의 전 우스갯소리로 한 말. 관세청이 있는 대전종합청사 앞에는 박 의원의 지역사무소가 위치해 있다. 이웃사촌인 셈.
□ "그렇게 해야 무서워서라도 잘하지"
과세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납세자에게는 입증책임을 지워야한다며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사진)이 한 말.
현재 관세청은 다국적 기업과의 조세불복 소송 2건 중 1건이 패소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기업들이 관세청에 과세자료를 제출할 때는 애매한 자료만 제출하고, 차후 법정에서 다툼을 할 때 숨겨뒀던 자료를 활용해 승소한다며, 과세자료를 내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입증책임을 지워야 자료를 잘 제출할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청장은 "구체적 사례에 따라 과세관청에 입증책임이 부여되기도 하고, 납세자에게 부여되기도 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