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지네" = 14일 열린 관세청 국정감사는 특별한 이슈없이 무난하게 끝이 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관세종합정보망 2단계 사업 낙찰 전 응찰업체와 관세청 직원 간의 부적절한 만남이 있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는 했지만 국감 분위기를 크게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사진=김용진 기자)
14일 국회에서 열린 관세청 국정감사는 오전 증인채택 문제로 잠시 논쟁이 일며 삐걱대기도 했지만,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몇 가지 우려사항을 지적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국정감사는 면세한도 상향에 따른 문제, 급증하는 해외직구를 둘러싼 문제점이 곳곳에서 제기됐으며 인력부족으로 인한 검사비율 저조, 총기류 반입 등에 대한 문제 등도 지적됐다.
또한 세입예산대비 5조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세수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와 퇴직자들이 관세청 유관기관으로 재취업하는 '관피아' 문제, 포상금 과다 지급에 대한 문제, FTA 활성화에 따른 원산지 증명대책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울러 올해 가장 큰 규모(1372억원)의 공공 프로젝트로 주목 받고 있는 관세청 4세대 국가관세종합정보망의 입찰과정에 대한 질문과 늘어나는 과세불복 심사건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한편 질문 중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은 무조건 관세청장이 되는 것"이냐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의 질문에 당사자인 김낙회 관세청장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백운찬 전 관세청장(세제실장 출신)도 비슷한 뉘앙스의 질문을 받은 바 있지만 이 같이 직접적인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신 의원은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며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고, 관세청 직원들의 사기진작 문제에 있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청장님도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이죠?" = 신계륜 의원의 한마디에 김낙회 관세청장의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 지난 7월 청와대의 차관급 인사 발표 후, 잇따른 내부승진 좌절로 관세청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됐다는 비판을 한몸에 받았고 아물어가던 상처를 신 의원이 끄집어내면서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인 김 청장은 다시 한번 얼굴을 붉혀야 했다. (사진=김용진 기자)
□ "누굴 위한 면세한도 인상인가" = 이날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상향된 면세한도 규정에 대한 우려와 급증하는 해외직구에 대한 문제점 등을 쏟아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조정된 면세한도가 재벌 면세점에게 가장 큰 이득을 주는 것 아니냐며 날을 세웠다.
특히 홍 의원은 김 관세청장이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으로 있을 당시 면세한도가 조정된 것이라며 '재벌편향정책'을 펼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급증하는 해외직구 급증에 대한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해외 직구는 작년도에 1000만건 넘어가고 올해는 7월까지 870만건을 기록 할 만큼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목록통관 상황을 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목록통관을 통한 적발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외국에 소개된 한국에서 대마초 구입하는 방법이라는 사이트를 보여주며 "해외유명딜러가 이메일은 물론 카카오톡에 써서 주문하면 대마초를 보내준다. 해외직구 통관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 역시 "해외직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해외물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을 굳이 장려할 필요가 있냐"며 "마약 밀수가 간소화 정책 때문에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도 "해외직구 관련한 합산과세 기준도 미흡하고 관리 인력도 줄어들고 있다"며 "또 우범 물품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너무 풀어놓는거 아니냐. 인력을 늘려서 강화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탈루범에 대한 사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그동안 관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것을 살펴보니 1년에 500~600건 정도 된다. 지난해에는 645건으로 피고발인은 1160명이었다"며 "그중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들이 64명인데 검찰에서 무혐의 통보가 나오면 다음 조치는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이에 김 관세청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의견을 존중한다"고 짧게 답했고, 김 의원은 "관세법 위반 혐의가 있고 형사처벌 해야한다고 의지를 가지고 고발했는데, 무혐의 나오면 다시 항고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무난한 국감이래도 피감기관은 힘들어" = 관세청에 대한 국감은 전반적으로 힘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김낙회 관세청장은 힘들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해명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원들의 호통과 내부승진에 대해 정면으로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김용진 기자)
□ "관세청 직원 면세 업계 취업, "국민의식과 동 떨어져" = 관세청에서 공직생활을 마친 후 면세 업계에 재취업하는 이른바 '관피아' 행태에 대한 비난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은 "3급에서 7급까지 관세청 출신 직원들의 면세점 업계 취업자 수가 굉장히 많다"며 "특히 한국면세점협회에 23명이 취업해 있는데 일을 중립적으로 할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체적으로 대거 면세점협회에 취업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식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김낙회 관세청장은 이 같은 지적에 "관세청 유관기관이 8개 있다"며 "관세청 인력으로 한계가 있어서 일부 위탁해서 수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전문성이 필요한 곳에 관세청 출신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범계 의원은 "관세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로서 관세물품을 밀수입하는 것을 잡아내는 것은 업무상 당연한 것인데 월급이외에 포상금까지 받는다는 것은 거꾸로 보면, 포상금을 주지 않으면 적발하지 않는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관세청장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밀수 수사공무원의 경우에는 수사비, 포상금 외에 수사비(여비) 등이 책정되어있는데 부족하다. 포상금은 사실상 수사비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국세청과 마찬가지로 좀처럼 안 걷히는 세수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세입예산 달성했던 2009년보다 (세수진도비가) 8%나 빠져있다"며 "금년 세입예산대비 5조5000억원 정도 세수가 모자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김낙회 관세청장은 "예년에 비해 저조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실제로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업무현황에 따르면 8월말 기준 관세청 징수실적은 38조1000억원으로 예산대비 55.9%의 세수진도비를 보였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5조원이 부족한 수치다.
김 의원은 이와 더불어 다국적 기업의 관세조사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아이폰, 구글 등 우리나라 총 수입액의 35%가 다국적기업이고, 관세조사의 42%가 다국적기업"이라며 "문제는 2건 중 1건이 법원에서 패소한다. 앞으로는 미국, 독일 등 다른 나라 를 참고해 입증책임을 납세자와 분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관세청의 과세불복심사건수가 2011년도 23.1% 12년 31.5%에서 금년도에는 7월까지 46.5%로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지나치게 부과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FTA가 활성화 되면서 증명서류요건 위반, 원산지 결정기준 위반이 급증하고 있다며 증명발급 절차도 간소화, 세율적용 컨설팅 강화, 통관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하고 수출입 업체들이 받게 되는 세금추징에 대한 불이익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