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관엔 공무원에 준한 책임 지워 비밀유출 차단시켜야" 주장
국세체납은 성실한 납세자와 체납 납세자간 세부담불공평성을 일으키고 국세행정 운용의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세체납액 징수업무를 민간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특히 정부가 과거 한 때 '체납징수 민간위탁' 근거법안 마련 작업을 벌이다 중단한 상태인데다,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세법개정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 소속 연구위원이 제기한 것이어서 더더욱 주목된다.
한국조세연구원 현진권 연구위원은 '국세체납 징수업무의 민간위탁 방안'이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우리 나라 체납규모는 절대규모 면에서나, 국가간 비교를 통해서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현 위원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국세 체납액 누계액은 약 14조8천억원에 이르며, 한해 동안 발생한 체납액은 1998년 현재 약 8조원 수준으로 매년 체납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 위원은 또 "국세체납액은 크게 현금징수, 결손처리, 결정취소의 세 가지 방법으로 체납정리되고 있다"며 "총체납액에서 현금으로 징수한 실적은 2002년의 경우 약 30%일 뿐이며, 국세청은 약 50%정도를 결손처분 또는 결정취소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 위원은 국세체납수준의 국제비교와 관련 "전체 징수세액에서 총 체납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과 영국은 2%내외, 일본은 8% 수준인데, 한국은 18%수준(1997년까지)에 이른다"며 "이같은 국세체납 수준은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현 위원은 "우리 나라 체납규모가 심각한데 대해 국세행정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고민과는 달리 별다른 개선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 위원은 그 이유로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 기능 중에서 체납징수 업무는 투입비용에 비해 효과가 낮은 업무이고 ▲체납징수업무는 선호도가 낮은데다 결손처분해도 공무원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전혀 없는 등 경제적 유인책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현 위원은 "공무원 승진체계는 성과를 최대화하는 것보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익이 되게끔 구축돼 있다"며 "이에 따라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업무추진보다는 규정과 위임에 근거, 공무원들의 위험 없는 업무추진형태도 한 몫 거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 위원은 "체납징수의 업무특성과 체납액의 40% 수준이 결손처분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결손처분에 앞서 민간에 징수업무를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민간위탁은 체납정리실적에 따라 개인에게 경제적 유인책이 돼 효과적인 체납정리가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현 위원은 그러나 "국세청 입장에서는 과세정보가 민간업체에 공개됨으로써, 과세정보의 비밀유지라는 측면에서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며 "과세정보에 대한 비밀유지 조항을 엄격히 민간업체에 요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공무원 수준으로 규정화함으로써 이러한 기우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 위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체 1천20개 자치단체들 중에서 14%가 체납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며, 일본은 전체 징수업무의 25% 정도를 민간에 위탁해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현 위원은 "체납은 국세청에서도 행정적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사고의 전환을 통해 체납징수업무는 이제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넘길 필요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체납규모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체납징수업무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공공과 민간 중에 누가 이 업무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담당할 것인가의 문제"며, "민간부분이 이러한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현 위원은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