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탈세'
아마도 2014년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뉴스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탈세는 한 명이 했지만 그 여파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연예인을 개인으로 볼 것이냐, 공인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깨끗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여배우가 세금을 탈루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중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韓流)' 스타인 송혜교가 거액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사실은 하루 하루 벅차게 살아가는 일반 대중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 충분했다.
사실 연예인들이라고 세금을 온전히 내고 싶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탈세는 연예인 개인 뿐만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도 손해일 수밖에 없다.
한류 스타의 탈세는 분명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진다. 또한 탈세로 인해 이미지에 손상을 입고 활동이 위축된다면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며 국부축적의 동력으로서의 지위를 일순간 상실할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관련 제도를 뜯어고치는 등 수단을 동원해 개선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연예인들의 탈세 문제가 전면에 부각된 지금 현재가 뿌리 깊은 연예계 탈세 문제를 공론화하고 제도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댈, 가장 최적의 시기일 수 있다.
□ 만연한 자영업자 탈세…연예인은? = 소득이 100% 노출되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들은 소득을 100% 신고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과세당국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 활성화, 전자세금계산서 등 음지에 있는 세원을 양지로 드러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애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세금을 다 내면 바보'라는 기본적인 납세에 대한 인식이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제대로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혼자만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초 "'세금 다 내면 바보'라거나 '월급쟁이만 봉'이란 말이 진실인 양 통용되는 불편한 현실을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실제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예계 탈세도 이와 비슷하다. 연예인들도 개인사업자로 소득신고를 하기 때문에 일반 자영업자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소득신고를 하게 된다. 다만 일반 자영업자와 다른 것이 있다면 연예인들이 지출한 비용은 비용으로 그대로 인정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들은 연예계 탈세의 문제는 이 부분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경비 부풀리기, '비극'의 씨앗 = 송혜교의 탈세 방식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137억원의 수입을 신고하면서 지출 증빙없이 여비·교통비 55억원을 비용으로 계상, 이를 소득에서 공제받으면서 시작했다.
일종의 '경비 부풀리기'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엄밀하게 따져보면 경비 부풀리기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인적용역 사업자인 연예인은 애초부터 경비를 인정받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TV출연 등을 위해 비싼 미용실에서 스타일을 만들고 피부관리를 위해 마사지를 받는다거나 일반인들과 같이 앉는 불편함 때문에 항공편을 이용할 때 1등석에 앉아가는 등 사업유지(연예활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쓴 비용을 온전히 다 인정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예계에서는 연예활동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비용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세법의 관점,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이는 '사치'로 보이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연예인도 연예인이지만 세무관리가 허술한 상대적 영세사업자들을 위해 지출 증빙 또는 장부기장 없이도 일정 부분 비용을 인정해 주는 '기준경비율제도(장부를 기록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증빙서류가 없는 기타비용에 대해 기준경비율을 적용해 비용을 차감해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연간 수 억원씩을 벌어들이는 스타급 연예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예인들이(전체 연예인의 56% 추정) 무기장가산세를 부담하면서 기준경비율에 따라 세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교의 경우는 기준경비율 적용이 불가능한 소득수준을 가진 연예인이다.
□ 연예계 탈세, 효과적 대안은? = 작정하고 탈세를 하던, 비용 인정 여부에 대한 인식 차이로 탈세를 하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의 탈세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세무전문가들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접근법이 사실상 희박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경비와 이에 대한 인정범위가 일반 사업자들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연예인 특별법 등을 제정하지 않고서는 이를 포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스타급 연예인들에 대한 '특혜시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성숙한 납세의식'을 연예계에 확실히 이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어찌보면 굉장히 교과서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성숙한 납세의식'만이 의도적인 탈세이건, 비용에 대한 인식 차이이건 상관없이 연예계 탈세를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A세무사는 이와 관련해 "연예인들이 탈세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처리를 할 것이 없다는 것 때문이다. (비용인정이 가능한)경비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며 "송혜교와 같이 매출이 큰 연예인의 경우 100만원 벌면 42만원(소득세 등)을 그대로 내야하는데 그들도 사람인데 세금을 줄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보면 세금을 잘 내는 사람은 단순히 납세의식이 잘 갖춰진 사람일 뿐"이라며 "과세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등 성숙한 납세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 세무사는 "세무조사를 전체 사업자의 1%도 받지 않는 현실에서 납세자는 '안 걸리면 된다'라는 생각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탈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납세의식을 상당히 저해하는 부분이다. 한 번 걸리면 꼼짝을 못한다는 인식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회계사는 "국세청이 연예인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증빙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해외 공연 수입 등을 누락하는 경우가 빈번한 만큼, 국세청은 이에 집중해서 관리 감독해야한다"며 "연예인들도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공인인 만큼 탈세는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D세무사는 "한류를 상징하는 수준의 톱스타들이 탈세를 하면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리스크가 된다. 과세당국이 성실한 세금납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 세무관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성실납세 의식이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장 문제가 불거졌다고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보다는 국세청이 이들에게 잘못된 세무신고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수정신고)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협조의지를 보이는 연예인들의 경우에는 일종의 협의과세로 비용을 어느정도 인정해 주는 등의 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도 세무전문가들의 의견과 유사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과세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연예인들 스스로가 성숙한 납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연예인들은 비사업자 거래가 많다보니, 다른 업종보다 탈세 유혹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국세청에서도 검증을 강화해야하지만 사실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문제는 연예인들의 의식이다. 성숙한 납세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